제229장
나는 그 익숙한 번호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망설였다.
‘받을까 말까...’
‘됐어, 그냥 받자. 워낙에 기분이 쉽게 변하는 사람인데 내가 일부러 안 받았다가 어떻게 짜증을 낼지 몰라.’
나는 전화를 받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하지훈이 먼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곧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아영 씨, 맞나요?”
그 목소리를 듣고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알고 보니 고청하가 하지훈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 것이었다.
‘아, 받지 말걸...’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났다.
하지훈이 왜 저런 여자를 좋아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남자들은 다들 연약해 보이는 여자를 좋아하는 건가?’
내가 전화를 끊으려는데 고청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지훈 오빠는 샤워하고 있어요.”
나는 핸드폰을 잡은 손을 꽉 쥐었다.
‘하지훈이 샤워를 한다고?’
‘그래서 지금 사귄다는 거야 뭐야?’
‘하긴, 다시 생각해 보니까 두 사람 약혼자잖아? 같이 산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지.’
가슴이 쓰려왔지만 나는 괜찮은 척 담담하게 말했다.
“네. 근데 왜 전화하신 거예요? 끊으세요.”
“잠깐만요...”
고청하는 황급히 나를 불러세우며 말했다.
“사실 약값을 돌려줄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 정도쯤이야... 오빠가 거지를 만난다고 해도 그것보다는 많이 줄 걸요?”
“지훈 오빠랑 연락하고 싶으면 좀 더 당당하게 하시든가요. 돈을 갚는다는 핑계는 좀...”
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 나를 비웃었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하지훈이 없으면 본모습을 드러낸다는 거야?’
‘역시 여우 년이네.’
전에는 그래도 하지훈 첫사랑이기도 하고 착해 보여서 나도 그녀를 친절하게 대했었다. 그녀와 하지훈의 사이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말이다.
하지만 고청하가 이런 인성을 가진 사람일 줄은 몰랐다.
이젠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었기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말도 안 되는 망상 그만하시고요. 돈을 갚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하지훈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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