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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장

나는 몇 걸음 휘청이며 급히 벽을 붙잡았다. 처음엔 저혈당 증상인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어지럼증은 가시지 않았고, 오히려 몸이 이상하게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뭐지? 피곤하긴 했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이렇게 힘들진 않았는데...’ 머리가 점점 멍해지고, 온몸이 타오르는 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고, 속에서 알 수 없는 갈망이 솟구쳤다. 나는 다리에 힘이 빠진 채 벽에 기대어 서서 불안해졌다. 이 느낌은 마치 약이라도 먹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그 도라지 대추차 때문인가?’ 나는 정순자를 노려보았다. 정순자는 더 이상 세제에는 관심이 없는 듯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자애로운 표정으로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이 너무나도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나를 향해 다가오며 말했다. “아유, 아영아! 괜찮아?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졌어? 열이라도 나는 거 아니야?” “당장... 내 집에서 나가요!” 숨을 헐떡이며 낮게 소리쳤지만, 내 목소리는 마치 신음소리 같이 들렸고, 낯선 목소리로 변해 있었다. 정순자는 혀를 차며 비웃듯 말했다. “어머, 너 목소리 좀 봐라. 남자가 고팠던 모양이구나. 에이, 평소엔 참 순진하고 귀여운 척하더니, 이렇게 발정 난 고양이처럼 굴다니. 어쩐지 돈 많은 남자를 꾀려는 것 같더라니, 이렇게 요염한 면도 있었나 보구나.” “아... 아주머니! 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나는 벽을 짚고 옆으로 피하며 문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정순자는 내 의도를 알아챘는지 문 앞을 막아섰고,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내 말에 답했다. “솔직히 말해서, 너처럼 여기저기 흘리며 남자를 꾀는 여자는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데 행동이나 옷차림을 봤을 때 잘사는 집안 딸인 건 분명하더라고. 게다가 네 배 속에 있는 뉘 집 종자인지도 모르는...” “내 아이들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요!” 나는 그녀에게 싸늘하게 쏘아붙였다. 정순자는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보아하니 자식에 대한 보호 본능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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