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장
나는 잠시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먼저 인사를 건넬 틈도 없이 정순자가 나를 보고 손짓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녀가 몹시 고통스러워 보여 걱정스레 물었다.
“아주머니, 어디 불편하세요?”
정순자는 배를 움켜쥐며 한숨을 쉬면서 원망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너 도대체 어제 재민이를 데리고 어디 가서 식사한 거야? 어제 먹은 킹크랩에 문제가 있었나 봐. 재민이랑 같이 그 킹크랩을 먹고 나서 구토에 설사까지... 난리가 났어. 재민이는 그게 80만 원짜리라고 하던데... 솔직히 8만 원 가치도 없는 음식 퀄리티야. 그리고, 아영아, 재민이한테 밥 사주기가 아깝다면 아무 데서나 먹이면 되잖아. 이렇게 고생을 시켜서야 하겠니...”
“아주머니, 병원 모시고 갈까요?”
나는 진심으로 물었지만, 정순자는 손을 저으며 귀찮다는 듯 말했다.
“고작 배 좀 아프다고 병원을 가긴... 병원비는 안 아까워?”
“아휴...”
정순자가 배를 움켜쥐며 얼굴을 찌푸리더니,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했다.
“아영아, 다음부턴 자존심 부리지 말고, 우리 형편에 맞게 살자. 상한 해산물을 먹으면 탈이 나...”
어제의 지출이 월급의 반이었다는 것이 떠오르자 나는 기분이 언짢았다. 정순자는 그마저도 의심하며 계속해서 내가 일부러 상한 음식을 먹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나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 킹크랩... 80만 원 맞아요. 영수증이라도 보여드릴까요?”
말하며 가방에서 영수증을 꺼내려 하자, 정순자가 당황한 듯 내 손을 막으며 싱긋 웃었다.
“아니야. 그냥 해본 말이야. 아영이가 착하고 솔직한 아이란 걸 아줌마도 알아. 다만 네가 바가지를 쓴 건 아닌지 걱정돼서 그런 거야. 킹크랩을 먹고 나랑 재민이, 두 사람 모두 배탈이 났으니까...”
그 순간, 나는 어젯밤 강재민이 킹크랩을 버리기가 아깝다며 찾아왔던 것이 떠올라 정순자에게 물었다.
“해산물은 금방 상해요. 냉장고도 없는데 이 날씨에 몇 시간만 지나도 변질될 수 있어요. 어젯밤에 남은 거 있다며 재민 씨가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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