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0장
하지만 내가 뒤로 한 발짝 물러날 때마다 하지훈도 앞으로 한 발짝 걸어왔다.
결국, 나는 벽 모서리까지 물러났고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하지훈은 팔을 들어 나를 자신과 벽 사이에 가두고 까만 눈동자로 나를 주시했다.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도대체 뭐 하려는 거야!”
아까 레스토랑 화장실에서 난 이미 명백히 말했다. 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근데 여기까지 와서 뭘 어쩌려는 거지?
하지훈은 허리를 숙여 더 가까이 나를 바라보고 있고 그의 숨결이 내 얼굴에 닿았다.
나는 잔뜩 긴장한 채 허리를 숙여 아래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하지훈은 내 생각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손을 뻗어 나를 잡았다.
나는 지겨운 표정으로 하지훈을 바라봤다.
“하지훈...”
하지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고 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하지훈의 깊은 눈동자에 스친 상처를 본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다시 냉정하고 하찮은 걸 바라보고 있는듯한 그의 눈빛을 보며 나는 내가 착각한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훈이 나를 보며 물었다.
“이런 곳에서 살지언정 나랑 별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거야?”
“맞아!”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를 위해서도, 그리고 내 아이를 위해서도 나는 다시 돌아가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하지훈의 감정변화와 변태 같은 능욕을 견디지 않을 것이다.
하지훈은 또다시 웃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나는 하지훈 눈 속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다만 오늘 하지훈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하지훈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너는 나를 많이 미워하는구나. 그리고 그날 밤, 네가 나한테 했던 말... 그 말들도 다 가짜였어.”
하지훈의 말에는 분노와 증오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인상을 쓰고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말이야? 그날 밤이라니? 내가 무슨 말을 했다는 거야?”
그러자 하지훈은 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
“봐, 도씨 가문 아가씨 기억력은 늘 이렇다니까.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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