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
한창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하석훈이 하지훈에게 말했다.
“말해, 아영이네 집을 위해 얼마를 갚아줬어? 내가 늦게 돌아오지 않았다면 이 돈은 형이 대신 갚을 필요가 없었어.”
“그래? 내가 아니어도 넌 여전히 기회가 없었어.”
하지훈은 냉랭하게 말했다.
“아니야.”
하석훈은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내가 국내에 있었으면 아영이는 꼭 나를 먼저 찾았을 거야.”
‘하석훈에게 도움을 청했을까?’
가설적인 문제는 확실한 답이 없었다.
하지훈의 안색이 아까보다 더 어두워졌다. 길쭉한 손가락으로 무심코 테이블을 두드리는 것 같았지만 그의 주변에는 냉기가 감돌고 있었다.
분위기는 갈수록 팽팽해졌고 압박감에 휩싸였다. 하지훈의 절주 있게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가슴이 점점 조여지는 것 같아 그의 팔을 껴안고 애교를 부렸다.
“밥은 먹었어? 아니면 집에 돌아가자. 오늘은 특별히 너를 위해 요리를 했거든.”
하지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비아냥거렸다.
“집에 돌아간다고? 내가 없는 틈을 타 다른 사람을 만나러 달려온 네가 돌아가고 싶겠어?”
이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어쨌든 하지훈으로서는 이렇게 보였기 때문에 내가 설명을 해도 거짓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훈은 냉담하게 내 손을 뿌리치며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
“내가 나타나서 여러분의 파티를 망쳤네.”
말을 마친 그는 그윽한 눈길로 나를 다시 바라보더니 몸을 일으켜 떠났다.
그의 커다란 뒷모습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냉기가 배어 있었다.
당황해진 나는 저도 모르게 따라가려고 몸을 일으켰으나 하석훈은 나를 잡았다.
“아영아, 왜 비굴하게 지훈의 비위를 맞추려 해? 넌 예전에 이러지 않았어.”
조유라도 한숨을 내쉬었다.
“아영이를 탓하지 마. 하지훈은 예전과 달라졌어. 내가 봐도 이렇게 무서운 데 빚을 진 아영이는 오죽하겠어.”
“그 빚을 내가 갚아줄게.”
하석훈은 그윽한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훈을 좋아한다고 직접 말해도 그는 여전히 나에게 기대를 하고 있었다.
마음이 심란해진 나는 하석훈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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