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장
“아빠!”
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봤다.
‘어떻게 아빠가 날 이렇게까지 모욕할 수 있는 거지? 난 아빠의 딸이고 한때는 꽉 쥐면 부서질세라 보석같이 여기던 존재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 이렇게 내 자존심을 짓밟는 게 말이 돼? 이게 나를 모욕하는 거랑 뭐가 달라?’
하지만 아빠는 내 절규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오히려 하지훈을 향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건 몰라 넌 우리 딸과 더 이상 부부가 아니니까 우리 딸과 함께 지내는 대가로 최소한 뭔가 보상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빌려달라는 것조차 안 되는 거야?”
아빠의 말이 들릴 때마다 내 몸은 분노로 떨렸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하지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한 번 스쳐보더니 아빠를 향해 비웃듯 말했다.
“아영이는 저랑 함께 있지 않아도 됩니다. 선택은 아영이에게 달려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아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연석이 갑자기 급히 달려 나와 하지훈을 불렀다.
“빨리. 할머니 응급 치료 다 받으셨다. 어서 가야 해!”
하지훈은 그 말을 듣고 눈썹을 살짝 찌푸리더니 서둘러 진료실로 향했다.
아빠가 또다시 그를 붙잡으려 하자 나는 아빠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이제 그만 좀 해요!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수치스럽게 굴 거예요?”
“수치? 돈이 없으면 그게 더 수치야!”
아빠는 하지훈이 사라지는 방향을 노려보며 분노에 차 말했다.
“내가 쟤를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결국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소인배였나? 그 정도도 안 줄 거면 너는 왜 저 자식 옆에 붙어 있는 거야? 누구와 함께하든 이보다 낫지 않겠어?”
“그만해요! 나는 아빠 딸이에요!”
나는 목이 터져라 아빠를 향해 외쳤다.
그제야 아빠는 나를 똑바로 보더니 짜증을 내며 말했다.
“네가 내 딸인 건 나도 당연히 알지. 그냥 아빠가 너무 화가 나서 그랬던 거야. 게다가 내가 뭐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아? 저렇게 무정하고 의리가 없어서야... 우리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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