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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장

하지훈도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 심장이 한 번 세게 쿡 찌르듯 아프더니 나는 시선을 피하고는 무릎의 통증을 참아가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아영아, 잘 왔다. 얼른 지훈이한테 말 좀 해봐...” “아빠!” 나는 단호하게 아빠를 막으며 그의 팔을 잡았다. “이 일은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 저랑 같이 가요.” “아이 참!” 아빠는 내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짜증이 난 듯 말했다. “나중에는 무슨 나중에! 이건 급한 일이야. 아빠 도와주지 않을 거면 그냥 비켜 있어. 난 지훈이랑 중요한 얘기 좀 해야 하니까.” 이렇게 말하며 아빠는 나를 옆으로 밀쳐냈다. 나는 다급한 마음에 하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훈은 고개를 숙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담담하게 담배 한 모금을 들이키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아빠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말해보세요.” “저기, 지훈아...” 아빠는 두 손을 비비며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내가 요즘 친구들이랑 투자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게 말이야...” “아빠!” 나는 또 한 번 아빠의 말을 끊고 화가 나고 답답한 마음에 소리쳤다. “다시 말하지만 이 일은 나중에 얘기해요. 지금 병원에 할머니도 계시는데 더는 귀찮게 하지 마세요! 게다가 우리 집 일은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요. 왜 매번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요? 아빠는 안 불편하시겠지만 상대방은 분명 불편할 거예요. 지훈이가 왜 아빠를 도와야 하는데요?” 속상한 마음에 나는 눈물이 맺힌 채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하지훈과 이혼했다고 분명히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이렇게 찾아오는 것이 못마땅했다. 자신만의 회사를 운영하던 당당한 대표였던 아빠가 왜 가문이 몰락한 뒤 이렇게 자존심 없이 행동하게 된 걸까. 하지훈은 가볍게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나를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의 태도는 여유롭고 무심했으며 눈빛에는 경멸이 서려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와 아빠의 초라한 모습이 하지훈과 비교되어 더 처참해 보였다. 나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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