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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장

이가연은 팔짱을 낀 채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나한테 다가왔다. “쯧쯧... 정말 예상하지 못했네. 도씨 가문이 아무리 나락으로 떨어졌어도 이런 도둑질이나 할 줄 몰랐네.” “전 도둑질한 적 없다고요!” 나는 이가연과 하연석을 바라보면서 평온하게 말했다. “이건 할머니께서 저한테 선물한 거예요. 믿지 못하시겠으면 직접 물어보시든가요. 지훈이한테 물어봐도 좋고요.” 옥팔찌에 대해서 어차피 하지훈도 알고 있었다. 나한테 잘 간직하라고 했으니 별로 걱정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할머니께서 나한테 선물했는데 왜 잃어버렸다고 말씀하신 거지?’ 표정이 어두워진 나는 갑자기 끔찍하고 속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제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하연석은 곧 도우미 아줌마한테 김민정을 데려오라고 했다. 얼마 안 지나 김민정이 도우미 아줌마의 부축하에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왔다. “찾았어? 내가 손주며느리한테 선물하려던 옥팔찌를 찾았어?” 김민정은 한껏 기대에 찬 눈빛이었다. 이에 나의 심장은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분명 나한테 선물하셨는데 왜 이런 반응일까?’ 김민정을 부축하고 있던 하연석이 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어머니, 찾았어요. 아영이 팔목에 그대로 있어요.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김민정이 나를 향해 걸어오자 다가가 인사하려고 했다. 그런데 김민정은 휘청거리면서 걸어오더니 내 팔목에 있던 옥팔찌를 잡고 흥분하는 것이다. “왜 네 손목에 있는 거야. 얼른 벗어. 이건 우리 손주며느리한테 줄 거라고. 당장 벗어!” 전처럼 인자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증오와 싫증이 가득했다.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어안이 벙벙하기만 했다. ‘전에 만났을 때는 분명 나한테 잘해주셨는데 지금은 왜 이러시지?’ 이때 이가연이 김민정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어머님, 아까는 저년이 어머님이 선물하신 거라고 하더라고요.” 김민정은 갑자기 나를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나는 우물쭈물 무슨 말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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