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장
그리고 하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려. 바로 갈게.”
하지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 몸 위에서 일어섰다.
마치 나라는 존재는 이미 잊어버린 듯 급하게 옷만 챙겨 입고 떠났으며 내 쪽으로는 시선 한번 주지 않았다.
방문이 닫히고 난 갑자기 찾아온 정적이 무섭게 느껴졌다.
뜨겁던 온도, 어지럽혀진 침대, 그리고 내 몸 가득 남겨진 흔적까지, 이 상황에 내가 너무 우습게 느껴졌다.
그리고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어느새 눈물이 앞을 가리고 눈앞의 불빛이 눈물에 가려 희미하게 보였다.
난 크게 심호흡하며 그 눈물을 삼켰다.
겨우 이런 일에 눈물을 흘릴 필요가 없었다. 하지훈이 사랑하는 사람이 고청하라는 걸 몰랐던 것도 아니고.
하지만 고청하를 그렇게 사랑하고 아끼는데 왜 자꾸 날 건드리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왜 나더러 아이를 낳으라는 걸까?
아이를 낳는 건 엄청난 고통이었으며 몸에도 큰 무리가 갔다.
그렇다면 고청하가 아픈 게 싫어 그러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에 기분은 점점 울적해졌다.
난 몸을 일으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 욕실로 향해 샤워했다.
어찌 되었든 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욕실에서 샤워하고 한참 지나고 다시 침대 위로 돌아왔다.
지금 있는 이곳이 하씨 저택만 아니었다면 바로 피임약을 사러 나갔을 것이다.
‘그 약은 꼭 미리 사둬야겠어.’
하지훈은 그렇게 떠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난 홀로 하씨 저택에 남겨져 잠을 청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그래서 몸을 일으켜 방문을 잠갔다.
이불로 온몸을 칭칭 두르고 방안의 모든 전등을 켜고 나니 안심하고 잠에 들 수 있었다.
몸도 피곤하고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지만 난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새벽 3시였다.
깊게 잠들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마당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빠르게 몸을 일으켜 커튼을 살짝 잡고 밖을 바라보았다.
온통 암흑이던 저택 정원에는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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