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장
귀가에 선명하게 들려오던 하지훈의 숨소리가 멎어갔다.
지금 하지훈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다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 핏줄이기만 하면 내가 낳든 고청하가 낳든 결국 할머니 증손이잖아. 그러니까 차라리 고청하더러 낳아달라고 해.”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는 사랑의 결정체라 할 수 있었고 임신하는 순간부터 기대와 사랑을 가득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원수의 아이를 가진다면 태어날 아이는 사랑받지도, 기대를 품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훈은 몸을 바로 세우더니 내 어깨를 잡고 차가운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래서 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거야?”
“응...”
아이를 낳고 평생 그 아이를 원망하라고?
할머니가 증손을 바라고 있다고 해도 친아버지의 원망을 받고 사생아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써야 한다면 그건 다른 문제였다.
그렇게 된다면 난 차라리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온갖 고통과 괴롭힘을 당하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훈은 여전히 아무런 온기도 없는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날 향한 욕망은 조금씩 줄어갔고 차가움과 원망이 가득해 보였다.
그리고 하지훈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만약 아이가 하석훈의 아이였다면 낳을 거지?”
“억지 좀 부리지 마!”
난 경고하는 눈초리로 말했다.
이제 하지훈과는 정상적으로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그 어떤 말을 해도 결국엔 하석훈으로 이어졌다.
내가 예전에 하석훈을 좋아했다고 해도 그건 하지훈과 결혼하기 전의 일이었다.
이미 오래된 일이었고 하석훈에게는 일말의 마음도 남아 있지 않았으며 하지훈이 자꾸 하석훈을 입에 올리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하석훈은 하지훈에게 있어 오래된 가시 같은 존재인 것 같았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지훈은 내가 아닌 고청하를 좋아했고 나와 하석훈의 과거를 자꾸 끄집어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훈은 죽일 듯이 날 노려보더니 온몸으로 살기를 뿜어냈다.
그러더니 갑자기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내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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