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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장 비서의 생각

“됐어요.” 윤슬은 부시혁이 걸어오기 전에 얼른 손을 흔들었다. “제가 어디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 부시혁은 그녀 곁에 서서 눈썹을 한번 들어 올렸다. “정말 괜찮아?” “네.” 윤슬은 슬리퍼를 신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부시혁은 짧은 숨을 내뱉었다. “그래. 그럼 네가 혼자 갈 수 있는지 한번 보자.”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윤슬은 왠지 그가 비아냥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부시혁을 한참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자, 그녀는 포기하고 약간 어지러운 머리를 몇 번 흔들었다. “왜 못 가는데요? 잘 보세요. 저 갈 수 있어요.” 윤슬은 이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런데 그녀가 일어난 순간, 다리에 갑자기 힘이 풀리더니 몸이 앞으로 쏠렸다. 윤슬은 너무 놀라서 당황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부시혁은 아주 침착하게 팔을 벌리고 그녀를 안았다. 덕분에 윤슬은 그의 품 안에 안겼다. 그녀는 부시혁 품에서 나는 민트 향을 맡으며 조금 진정이 되었다. ‘다행이다. 안 넘어져서.’ 만약 이대로 넘어졌다면 윤슬의 얼굴이 바닥에 부딪히면서 이가 깨졌을지도 몰랐다. “어때? 괜찮아? 다친 데 없지?” 부시혁은 다시 여자를 침대에 앉혀놓았다. 윤슬은 침대에 앉은 채 넋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이제 알겠어? 내가 왜 안아주겠다고 했는지?” 부시혁은 그녀 앞에 서서 팔짱을 끼고 웃는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윤슬의 얼굴은 빨갛기만 했다. “이미 예상했죠? 제가 넘어질 거.” 부시혁은 부정하지 않았다. 어제 그가 얼마나 미친 듯이 했는지,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윤슬이 고양이처럼 부시혁을 물고 할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일어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이미 예상했기에 부시혁은 미리 일어나서 준비했다. 그런데 윤슬은 부시혁의 도움을 마다하고 굳이 혼자 하겠다고 했다. ‘이제 무서운지 알겠지?” 부시혁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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