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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5화 내가 무슨 물건이야?

육 부인이 박 비서에 대해 묻자 윤슬은 갑자기 긴장했다. 그녀는 원래 의자에 기대고 있었는데 이 질문을 듣고 허리를 곧게 폈다. "박 비서요? 괜찮은데요." "그래? 그럼 됐어." 육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병원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거든. 마침 희서를 만났어. 창백한 얼굴로 진단서 같은 걸 들고 있길래 난 또 엄청 심각한 병에 걸린 줄 알았지.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경추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는 거야." "어머님의 뜻은 박 비서의 말을 안 믿었다는 거예요?" 윤슬은 아랫입술을 한번 깨물었다. "당연하지. 내가 그 아이를 안 지가 몇 년이나 됐는데. 너무 잘 알아. 대답할 때 고개를 숙이고 눈도 감히 나랑 못 마주쳤어. 거짓말하는 게 분명해. 나한테 알려주고 싶지 않은 것 같아서 나도 억지로 안 물어봤어. 그래서 모른 척했지. 그리고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일이 있다면서 가버렸어. 얼마나 급하게 가던지, 내가 부를까 봐 겁이라도 난 모양이야. 그래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왜 날 그렇게 무서워하는지." "그렇군요." 윤슬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턱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떠보는 듯 육 부인에게 물었다. "그럼 어머님, 박 비서가 가고 난 후에 병원 의사한테 한번 안 물어보셨어요? 도대체 무슨 병인지." 육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진 않았어. 말하고 싶지 않다는데 내가 물어보는 것도 좀 그렇잖아. 혼자 몰래 알아보는 것도 희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그렇군요." 윤슬은 가슴팍을 두드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육 부인은 박 비서가 임신한 걸 모르고 있었다. 하긴 그랬다. 만약 알고 있었다면 육 부인이 이렇게 침착할 리가 없었다. "윤슬아, 희서 아픈 거 알고 있었어? " 육 부인이 갑자기 물었다. 그러자 윤슬의 눈빛이 약간 달라지면서 찔리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조금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방금 내가 물어봤을 때, 그렇게 덤덤했구나. 희서를 만났다는 말에도 별 반응 없더니, 진작 알고 있어서 그랬구나."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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