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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가만히 앉아 있어

"배고프긴 하네요." 윤슬은 배를 만지며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 윤슬과 육 부인의 사이로 전혀 인사치레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윤슬의 대답을 들은 육 부인이 얼른 말했다. "그럼 빨리 가자." "네. 어머님, 아버님 먼저 가세요. 저흰 뒤에서 따라갈게요." 윤슬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육 이사장은 육 부인을 데리고 식당 쪽으로 걸어갔다. 부시혁도 윤슬의 손을 잡고 그들 뒤를 따랐다. 가다가 윤슬은 갑자기 남자의 손바닥을 살짝 긁었다. 그러자 남자는 그녀의 손을 더 꼭 잡고 그녀가 함부로 못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 "왜 그래?" 윤슬은 앞에 걸어가는 육 이사장과 육 부인을 가리키고 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무슨 상황이에요? 어머님 태도가 왜 갑자기 달라진 거예요?" 금방 도착했을 때 육 이사장의 태도는 비교적 친절했지만, 육 부인은 아주 차가웠다. 육 부인이 부시혁을 시험하려 일부로 그런 거라고 알고 있지만 윤슬은 이 테스트가 너무나도 빨리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호기심 담긴 질문에 부시혁은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아주 간단해. 내가 선물을 보여 줬거든." 이 말이 나오자, 윤슬은 순간 이해했다. 그리고 눈썹을 한번 들어 올리고 부시혁한테 엄지를 치켜세웠다. "대단해요. 전 또 저희가 갈 때 선물을 줄줄 알았는데." "그럴 필요 없어." 부시혁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 "육 부인의 인정을 빨리 받고 싶거든." "그렇긴 하네요." 윤슬도 덩달아 웃었다. 식탁 앞에 이미 앉은 육 이사장 부부는 윤슬과 부시혁이 아직도 들어오지 않자, 소리 내어 재촉했다. "윤슬아, 시혁아. 뭐 하는 거야? 빨리 와." "네." 윤슬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부시혁의 손을 잡고 걸음을 재촉했다. 저녁을 먹는 동안 네 사람의 분위기는 아주 화목하고 즐거웠다. 윤슬은 육 부인과 화장품이나 옷,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대화를 나눴고 부시혁과 육 이사장은 일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서로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너무나도 조화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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