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4화 이 사람이 바로 소성

체면이 구겨진 게 분명했다. 그가 오기 전에는 아주 자신만만했다. 그는 윤슬이 그를 거절하지 않고 얌전하게 따라올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여자는 그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기가 아주 셌다. 그래서 그는 자기의 생각이 얼마나 우습고 멍청한지 알게 되었다. 정말 뺨을 맞은 것처럼 그를 창피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그의 태도는 당연히 좋지 못했다. 윤슬은 이 비서의 말투에 담긴 위협을 느끼고 가방을 꼭 잡았다. "몇 번을 물어봐도 제 대답은 다 똑같아요. 안 가요!" '내가 미쳤다고 따라가나.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아무튼 내 안전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따라가면 안 돼.' 윤슬의 태도가 변하지 않자, 이 비서는 인내심을 잃고 음침하고 무서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강제로 윤슬 씨를 모셔갈 수밖에요." "움직이지 마요!" 윤슬의 동공이 순간 수축했고 표정도 돌변했다. 그리고 뒤로 한 발 물러서며 마음속의 당황과 두려움을 강제로 억눌렀다. 그녀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여긴 QS 빌라에요. 하이 시에 고급 빌라라고요.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요. 감히 저한테 손을 대면 시혁 씨는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 사장까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부시혁을 방패로 꺼냈다. 윤슬의 경고에 이 비서의 발걸음이 무의식적으로 멈칫했다. 원래 음침했던 얼굴도 조금 무거워지면서 뭔가 고려하는 듯했다. 그는 확실히 임무를 빨리 완성하기 위해서 윤슬을 강제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여기가 하이 시고 부시혁의 영역이란 걸 잊었다. 여긴 외지인인 그들이 함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부시혁이 만약 이 일을 알게 되면 틀림없이 폭주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장님의 계획도…….' 이 비서는 주먹을 꼭 쥐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윤슬은 그가 멈춰서고 더 이상 다가오지 않자 자기의 경고가 효과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한편으로는 감동했다. 부시혁 이 남자는 확실히 늘 그녀를 지키고 있었다. 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