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9화 진짜 적합하다
그 말에 고유정은 고개를 번쩍 들고 윤슬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뭘 알아? 넌 아무것도 몰라. 네가 무슨 근거로 내가 신장 기증을 거부한다고 말해? 난 누구보다 아빠가 살기를 바라고 있어. 아빠가 살아야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계속 존재할 테니까, 단지…”
뒷말은 잇지 않았지만 보아하니 또 내뱉지 못할 사실이다.
윤슬은 이에 관심이 없었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네가 무슨 이유이든 난 상관없어. 단지 난 네가 너무 웃겨. 원수한테 자기 아버지를 구하라고 하다니. 네 아버지를 당장 죽으라고 저주하지 않은 것만으로 이미 자비를 베푼 거야. 그러니 나한테 네 아버지를 구하라고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도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이젠 웃기지도 않네.”
말이 끝나자 윤슬은 눈길도 주지 않고 돌아서서 엘리베이터로 갔다.
더 이상 고유정과 대화를 이어갈 인내심이 없었다.
고유정은 정상이 아니다. 더 이상 대화를 하면 또 세계관이 무너지는 도덕적 발언으로 윤슬을 구역질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빨리 도망쳐야 한다.
윤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유정은 이번에는 붙잡지 않고 얼굴만 일그러지며 두 눈이 붉어진 채 그녀를 노려보았다. "윤슬, 아빠를 구하지 않으면 넌 후회할 거야. 분명 후회하게 될 거야.”
윤슬은 잠시 멈추었다가 곧 다시 앞으로 걸어가며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
후회?
윤슬이 자신의 원수에게 신장을 기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윤슬은 고유정을 상대하지 않고 곧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사라졌다.
고유정의 눈은 독기가 가득 차서 엘리베이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고유정은 결심했다. 윤슬이 나서서 구하지 않는다면,
고유정이 직접 구하기로.
어찌 되었든 간에, 고유정은 꼭 아버지를 살려야 한다.
고유정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돌아서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의 모습이 모두 사라진 뒤, 환자복을 입은 또 다른 모습이 갑자기 어두운 곳에서 나왔다.
그 사람은 윤슬이 떠나는 방향을 보고, 고유정이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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