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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노부인의 부탁

윤슬은 눈치를 보면서 말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 때문에 부시혁이 이렇게 수다쟁이가 됐기 때문이다. 그녀가 추울까 봐 걱정하지를 않나, 노부인에게 끌려 늦게까지 이야기를 해서 피곤할까봐 걱정하지를 않나. 그런데 이런 것들은 모두 그의 괜한 걱정이었다. 정자에는 남방이 있어서 전혀 춥지 않았다. 그리고 노부인이 그녀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그녀의 휴식에는 영향이 없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자주 밤을 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관심에 그녀는 다소 웃겼지만 동시에 마음 한켠에 감동도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것들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슬아, 왜 바보같이 웃어?" 노부인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윤슬을 보며 이유를 알고 싶었다. 윤슬은 눈빛이 흔들리다가 다시 정신 차리고 손을 흔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할머니, 지금 부시혁이 없으니까 이제 말씀하셔도 되죠?” 그녀의 말을 들은 노부인은 얼굴의 자상함을 거두고 엄숙해졌다. 노부인의 표정을 보고 윤슬은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곧게 펴고 표정도 많이 진지해졌다. "할머니, 무슨 일이 있었어요?” “그건 아니고." 노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단지 며칠 후에 시혁 친엄마의 기일이어서 그래.” “기일이요?” “그래." 노부인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바로 이 일이었어. 내가 시혁에게 너를 찾아오라고 한 것도 너에게 부탁을 하고 싶어서였어.” “할머니, 말씀하세요, 제가 도울 수만 있다면 꼭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윤슬이 진지하게 말했다. 노부인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고마워 슬아. 이 일은 네가 도울 수 있는 일이야. 나는 네가 시혁의 친엄마 기일에 하루종일 시혁과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하고 싶어.” “그게……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윤슬은 다소 이해할수 없어 머리를 갸웃거렸다. 노부인은 지팡이의 용머리를 만지며 늙은 얼굴에는 부시혁을 안쓰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시혁이 너에게 그의 친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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