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0장
눈이 많이 내리자 염정훈은 차의 속도를 늦췄다.
이들 뒤에 따르는 차량 몇 대는 눈 내리는 밤에 유난히 눈에 띄는 장면을 연출했다.
한겨울의 밤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설날이라 곳곳에 작은 랜턴이 걸려 있어 온 세상이 조용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차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염정훈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서정희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사거리 가까이에 가자 염정훈은 속도를 늦췄다.
바로 이때, 또 다른 도로에서 차 한 대가 염정훈의 차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해 왔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염정훈은 얼른 핸들을 꺾어 인도로 피했다.
물론 빨리 반응했지만 상대방의 차는 달려오면서 운전석 옆을 스쳤다.
중형 화물차인 상대 차량은 강한 힘으로 그들의 차를 비스듬히 들이받았다.
문을 닫은 가게의 유리창이 코앞까지 왔지만 차는 이미 통제 불능이 되었다.
모든 것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다. 서정희가 반응했을 때는 염정훈의 큰 외침만 들렸다.
“정희야 조심해.”
서정희는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곧이어 고막이 찢어질 듯한 큰 충격음이 들렸다.
두 눈을 감자 귓가에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염정훈이 언제 다가왔는지 모르지만 튼튼한 몸이 막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차 앞 유리가 와르르 깨지면서 손이 유리에 찔렸다.
아프다.
하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차가 심하게 흔들려 에어백이 터지면서 그녀를 단단히 감쌌다.
잠시 후 차 안은 다시 평온해졌다. 뜨거운 액체가 얼굴에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뜬 서정희는 바로 코앞에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염정훈이 이마를 다치는 바람에 턱을 타고 흘러내린 피가 서정희의 뺨에 뚝뚝 떨어졌다.
피이다. 서정희는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머릿속에는 차안심이 떠나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차안심과 염정훈의 얼굴이 겹쳐서 보였다.
다친 이마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서정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염정훈 얼굴의 상처는 심각하지 않아 보였지만 등에는 고슴도치처럼 많은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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