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9장
서정희가 계속 침묵하자 염정훈은 말을 이었다.
“과거에 너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많이 했다는 것은 알아. 굳이 떠나겠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하지만 나는 너의 전 남편이기도 하지만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해. 소송을 걸어도 아이의 양육권이나 면회권을 가질 수 있고. 너의 이 한 마디로 내 모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 말에 서정희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아이를 뺏으려는 거야?”
두 사람이 실제로 법정 다툼을 벌인다면 절대로 염정훈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서정희의 평온한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정희야, 걱정하지 마. 그저 비유한 것뿐이야. 너에게서 양육권을 뺏어올 생각 없어.”
염정훈은 얼른 서정희의 마음을 다독였다.
“그저 네가 해야 할 의무를 말하고 있는 거야. 나에게도 너와 아이를 보호할 책임이 있어. 섬에서 너는 마음을 가다듬고 몸조리만 하면 돼. 아이도 자유롭게 자랄 수 있고 너희 모두 안전해.”
서정희는 한참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알았어, 약속할게. 단 조건이 하나 있어.”
“얘기해.”
“아영이도 마음이 많이 다쳤어. 같이 가서 기분 전환하고 싶어. 서로 의지도 되고.”
“알았어, 내가 준비할게.”
염정훈은 서정희의 축 처진 눈동자에 스쳐 지나간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지 못했다.
상대방을 너무 잘 아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 서정희는 처음부터 염정훈의 생각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임성훈 씨를 만나고 싶어.”
염정훈은 불쾌한 내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정희야, 그날 밤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으면 내가 임성훈을 살게 내버려 뒀을까? 그 사람을 만나러 가면 내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 봤어?”
“살아있다는 것만 확인하면 돼.”
“알았어, 데려다줄게.”
레스토랑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오니 밖은 이미 캄캄해졌다.
가로등 아래에서 흩날리고 있는 하얀 눈은 유난히 낭만적으로 보였다.
염정훈은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하위현이 복도에서 지키고 있었다.
“정희 씨, 오셨네요.”
“성훈 씨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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