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8장

서정희는 지금 자세가 창피하긴 했지만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저 누구도 보지 못하게 얼굴을 가리고만 싶었다. 기다란 드레스 치맛자락이 바닥에 늘어져 마치 상처 입은 인어공주 같았다. 서정희를 안은 염정훈이 성큼성큼 자리를 떴고 그 뒤로 하위현이 민경을 안고 따랐다. “얼른 의사 불러와.” “네.” 염정훈은 짜증이 났다. 서정희를 안고 싶었지만 이런 상황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 망할 년의 조유진이 어떤 약을 썼는지, 그 약이 서정희의 몸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도 몰랐다. 의사가 방에서 검사를 하고 있었다. 염정훈은 서정희를 피해 복도에 나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어두컴컴한 바다 위에 수많은 헬기가 나타났다. 하위현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대표님, 개인 용병단 움직이셨어요?” 하위현은 염정훈이 실제 신분을 이용해 군대를 부를 거라 생각했지만 염정훈이 개인 용병단을 불렀을 줄이야. 이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겨도 윗선에서 추궁할 수도 없었다. 하위현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닌데? 저희 쪽 사람들 지금…” 염정훈이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댔다. 이런 얘기는 함부로 해서는 안 됐다. 윗선에 들키지 않기 위해 염정훈은 아주 먼 섬에 군사기지를 건설했다. 하지만 헬기로도 5시간 안으로는 도착할 수 없는데 이렇게 빨리 올 수 있는 용병단은 어디 소속이지? “위급한 상황이라 누구한테서 좀 빌렸어.” 빌리다니? 누가 또 이런 실력이 있단 말인가? 아무리 하위현이라도 염정훈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염정훈이 거대한 폭풍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표님, 대체 무슨 계획이세요?” 염정훈의 입에서 흰 연기가 뿜어졌다. “일찍이 몇 년 전에 내부에 이 흑야호를 감싸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배에 올라서 확인해보았지.” “뭔가 발견한 거라도?” “없어. 일찍 소문을 듣고 흔적 하나 없이 도망쳤더라고. 하지만 덕분에 범위는 좁힐 수 있게 됐지.” 하위현이 어리둥절해 했다. ”그럼 이번에…” “정희를 돌려보내는 것 말고도 내 추측을 검증해보기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