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7장

조유진이 현장을 스윽 훑었다. “더 부를 분 계신가요?” 송건우가 패들을 들려고 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제지 당했다. “도련님! 잘 생각하세요! 우린 300억 없어요. 그냥 포기해요. 널리고 널린 게 여잔데 도련님이 마음만 먹으면 가질 수 있는데 정 갖고 싶으면 우리 다른 방법 생각해봐요.” “그래.” 송건우는 속으로 못내 아쉬웠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실력은 남자의 뒷배였다. 염정훈은 다리를 꼬고 한 손으로 얼굴을 받친 채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염정훈을 구경거리로 삼고 싶었던 조유진은 되려 자신이 웃음거리가 될 줄은 몰랐다. “300억. 300억. 300억!” 땅! 조유진은 결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 남자가 정말 300억을 내놓을 줄이야! 염정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바보를 보듯 조유진을 바라보았다. “이제 이 여자 데리고 가도 되지?” 진상정은 반시간 후에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조유진이 어떤 속임수를 쓰더라도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조유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후회를 한다면 룰을 어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명예스러운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지킬 건 지켜야 했다. 신뢰를 잃으면 누가 거래를 하겠는가? 게다가 그녀는 일개 관리인일 뿐이다. 여기서 일을 크게 만든 것을 사장이 안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염정훈을 상대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조유진은 억지로 웃음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물론이죠.” 염정훈이 긴 다리를 뻗어 성큼성큼 무대로 올라갔다. 조유진 앞에까지 걸어간 염정훈이 손을 내밀었다. “키.” 여전히 결과를 인정하기 싫었지만 조유진은 어쩔 수 없이 미소를 지으며 키를 내놓았다. 이 남자가 이렇게까지 보통이 아닐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300억을 물 마시며 놀 듯이 가볍게 내놓았다. 염정훈은 민경의 케이지를 먼저 열어 아이가 괜찮은지 살폈다. 민경이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성훈 아저씨.” “그래, 그래. 아저씨 왔으니까 이젠 괜찮아.” 다행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