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3장

조유진은 염정훈의 화가 난 모습이 보고 싶었다. 염정훈은 당연히 가면을 벗은 서정희의 얼굴을 다른 남자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염정훈이 10억을 내지 않는다면 분명 그 돈을 내는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염정훈이 가면을 벗겨야만 했다. 10억은 그저 경매에 참가할 수 있는 최저가였다. 조유진이 염정훈의 재력을 시험해 볼 기회이기도 했다. 그가 10억을 낼 수 있더라도 키스만 얻을 수 있을 뿐 그 뒤의 것을 얻으려면 결코 적은 돈이 드는게 아니었다. 10억을 낸 사람이 무슨 수로 그 뒤의 경매에 참가한다는 말인가. 만약 10억을 아껴 그 뒤의 경매에 쓰려고 한다 해도 서정희는 다른 누군가와 키스를 해야 했다. 염정훈이 어떤 선택을 하든 조유진은 그를 곤란하게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조유진이 놓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염정훈의 재력이었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염정훈은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 염씨 가문은 백 년을 이어온 가업이 있는데다 어려서부터 장사 머리가 뛰어난 염정훈은 외가 쪽까지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재력 가문이었다. 염정훈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그들의 재산을 다 합쳐도 염정훈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단순한 경매라면 염정훈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조유진이 중간에서 방해할까 두려웠다. 조유진이 나중에 일부러라도 덫을 놓을 수도 있었다. 최저가 10억이란 조건으로 현장에 있던 90%의 사람이 물러났다. 비록 이 배에 탄 사람들이 다 돈이 많긴 하지만 10억으로 불확실한 키스를 사는 멍청한 짓을 하느니 서정희의 얼굴을 보려고 돈을 투자하는 다른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며 그 뒤의 경매를 하려 했다. 물론 돈이 넘쳐나는 나머지 10%의 사람도 있었다. 돈이 많으니 하고싶은 대로 할 수 있었다. “11억.” “12억.” 경매 가격은 1억씩 불어났다. 여전히 의식이 혼미한 서정희는 민경이 무사한지부터 확인했다. 무사한 민경을 본 서정희는 숨을 돌렸고 이내 자신의 상황을 살폈다. 임성훈은 왔을까? 현장에는 수백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