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9장

염정훈은 서정희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일이 생긴 이상 더는 그녀 곁에 머물지 못하게 할 것이다. 언젠가 이날이 올 거라는 생각에 며칠 동안 일부러 피했던 것이다. 단지 그날이 조금이라도 늦게 오길 바랐을 뿐이다. 서정희는 물 한 잔을 따라 그에게 주고 옆 의자에 앉았다. “생각해 보니 오랫동안 우리를 돌봐주었지만 이렇게 물을 따라드리는 건 처음이네요.” 염정훈은 주먹으로 입 가까이에 대고 기침을 몇 번 한 후 말했다. “고마워요.” “약 좀 더 먹을래요?” 몸 상태가 걱정된 서정희가 물었다. “괜찮아요. 기침이 좀 날 뿐이에요.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너무 감사했어요. 성훈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부지런하고 일도 너무 잘하고요. 그런 사람에게 아이를 돌보게 하는 것은 능력 낭비에요. 젊은 나이인데 나가서 부딪혀 보고 그래야죠.” 서정희는 완곡하게 에둘러 말했다. 두 손으로 잔을 들고 있던 염정훈은 손가락으로 매끄러운 유리잔 끝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뒤에야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정희 씨를 좋아하는 것 때문에 심란해서 그래요?” 직접 내뱉은 염정훈의 물음에 서정희는 오히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 무뚝뚝한 그의 성격상 그녀처럼 그날 밤 일을 아무렇지 않게 여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올 줄 어찌 알았겠는가? 입술을 핥은 서정희는 두 손을 앞으로 마주 잡은 채 고개를 숙여 말했다. “그 이유도 있고요. 설령 그런 일이 없었더라도 A시에 가면 원래 물어보려고 했어요.” “민경이가 저를 많이 좋아해요.”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요?” 염정훈은 애원하는 듯한 말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 “전 남편처럼 정희 씨를 해치지 않을 거예요. 정희 씨를 잘 지킬 자신이 있어요. 돈이 없는 게 싫으면 나가서 벌게요. 돈 벌 수 있는 곳은 많으니까 두 사람은 꼭 먹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