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6장

민경은 그림 속의 작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엄마, 아저씨, 오빠, 나, 우리 가족이야.” 입을 달싹인 서정희는 무엇인가 말하고 싶었지만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이것이 편부모 가정이 자식에게 초래하는 문제이다. 하늘 아래 그 어느 엄마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고 서정희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참을 망설인 서정희는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가야, 아저씨는 아저씨야. 엄마와 너희들만이 가족이고. 아저씨는 단지 우리를 보호해주는 사람이야. 너희들의 양아버지처럼. 아저씨는 그저 잠깐 같이 있는 것뿐이야. 우리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아저씨도 언젠가 떠날 거야.” 늘 얌전한 아이였지만 서정희의 말을 듣자마자 떼를 쓰기 시작했다. “싫어! 안 떠나! 아저씨 좋아.” “그래, 아저씨를 좋아하는 거 알아. 하지만 아가야, 앞으로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날 거고 그러다 보면 너도 모든 사람이 우리와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아저씨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있어. 평생 너의 곁에 있을 수는 없어.” 긴 속눈썹 사이로 콩알 같은 눈물이 맺혀 있는 모습에 서정희의 가슴이 아팠다. “그, 그런데...” 녀석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지만 그저 염정훈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뿐이었다. 아이를 품에 안은 서정희는 녀석을 다독이며 말했다. “이 세상에 평생 너의 곁에 있을 사람은 부모 말고는 없어. 성훈 아저씨에게도 나중에 아이가 생길 거고 그 아이를 돌보며 자기의 인생을 살아야 해. 엄마가 약속할게. 아저씨가 보고 싶으면 꼭 기회를 만들어서 만나게 해 줄게. 응?” 민경은 코를 훌쩍이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럼 아빠는?” 깜짝 놀란 서정희가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민경은 다시 물었다. “우리 아빠는?” “아빠는...” 두 눈을 꼭 감은 서정희의 머릿속에 염정훈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면 그는 분명 기뻐할 테지만… 그들 사이에는 피맺힌 원한이 있다. 원한은 제쳐두고라도 그들 사이에는 백지연과 염정한 남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