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3장

염정훈의 이성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눈동자는 이미 핏빛으로 물들어져 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참으며 말했다. “필요 없어요.” “대표님, 약효 때문에 지금 계속 이 상태예요. 해결하지 못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여자를 찾아 해결하는 것이 부작용 없이 나아지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염정훈은 빨간 눈으로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꼭 깨문 얇은 입술은 당장이라도 피가 날 지경이었다. 그는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필요 없다니까! 약 줘!” 의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늘 또 고집불통을 만났으니 말이다. “그래요. 부작용이 있어도 저는 책임 못 집니다. 게다가 지금 대표님 같은 경우, 주사 두 대는 맞아야 할 것 같아요.” 염정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놓으세요.” 주사가 피부를 찌르자 염정훈은 두 눈을 꼭 감았다. 머릿속에 오롯이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오늘 또 하마터면 그녀를 다치게 할 뻔했다. 온화하고 아름다운 분위기 있게 꾸며져 있는 또 다른 방은 사방이 모두 큰 거울로 되어 있어 사각지대 없이 모든 각도에서 자신을 볼 수 있었다. 방의 침대 위에 누워있는 이 여인이 바로 염정훈을 꼬시다 실패한 조유진이다. 그녀는 큰 물고기를 낚았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범상치 않은 범고래였다. 이보다 더 악마는 없을 테니… 아까 전, 방에 들어온 염정훈은 방의 배치를 훑어보았다. 조유진은 참지 못하고 그의 옆으로 가까이 오며 말했다. 그때까지 약효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던 염정훈은 손을 뻗어 그녀의 접근을 막았다. “나에게 무슨 약을 탄 거야?” 염정훈도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한 조유진은 아무 생각 없이 작은 약병 하나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이것은 나만의 비법이에요. 혹시라도 거절할까 봐 정상 용량보다 더 넣었어요.” 염정훈은 입가에 냉소를 띠며 말했다. “그래?” 그러고는 옆에 있는 한쪽 상자를 힐끗 봤다. 그러자 조유진은 대뜸 귀한 보물을 소개하듯 말했다. “여기에 모든 기구들이 다 있으니까 분명 만족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