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2장

염정훈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몸이 많이 불편해한다는 것을 서정희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내가 알아서 할게요.” 관심은 딱 여기까지이면 충분했다. 더 남아있다가는 기회를 주는 꼴이 될 것이다. 서정희는 바로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혹시라도 남자의 늑대 본성이 나타날까 봐 책상과 의자까지 문 뒤에 갖다 놓았다. 다 움직이고 난 서정희는 지쳐 숨이 턱턱 막혔다. 천천히 미끄러져 카펫 위에 털썩 주저앉은 그녀는 방금 염정훈의 입술이 닿았던 곳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솔직히 조금 전에는 너무 큰 충격에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난생처음 다른 남자에게 포옹을 당하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묘했다. 이상한 것은 그의 손이 닿았을 때 별로 큰 거부감이 없었다. 꼭 마치 그의 터치에 익숙해진 것처럼 말이다. 머릿속에 순간 염정훈과 함께 있던 장면이 스쳐 지나간 서정희는 얼른 냉수로 얼굴을 씻었다. 그리고 물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켜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오늘 밤은 그나마 행운이었다. 아이 곁에 누운 서정희는 마치 도둑질이라도 한 듯 한동안 진정할 수 없었다. 염정훈은 찬물로 샤워했지만 그저 열을 약간 식혀줄 뿐이었다. 신발을 신고 가려운 발을 긁는 것처럼 본질적인 통증은 그대로 남아 있어 사람을 고통스럽게 했다. 목욕 수건을 몸에 두르고 문을 나선 그는 진상정의 방문을 열었다.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전리품 사이에 앉아 있는 진상정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대표님, 왜 그러세요?” 진상정은 염정훈이 가면을 쓰지 않은 채 본연의 모습으로 나타나자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머리카락에 맺힌 물방울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하얗게 질린 얼굴은 살짝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누군가가 내 음식에 약을 탄 것 같아. 약효가 너무 심각해.” 염정훈의 고집불통 성격에 서정희 이외의 여자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진상정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사모님께도 약을 탈까요?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 못 하실 거예요.” 염정훈을 진상정을 힐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