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4장
서정희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평소 이 시간이면 임성훈이 과일을 가져다 주곤 했는데 오늘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누르스름한 등불 아래 빗줄기가 창문에 비스듬히 내리는 모습을 보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정희는 이런 날씨가 싫었다. 침대에 기대어 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고 생각을 비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배가 심하게 흔들리자 서정희는 눈을 번쩍 떴다.
일 터졌어!
설마 해적인가?
서정희는 서둘러 이어폰을 빼자 밖에서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서정희는 무지 신중했다.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조용히 임성훈의 소식을 기다렸다.
하지만 임성훈은 그녀 예상대로 그렇게 빨리 뛰어오지 않았다. 서정희는 긴장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신경은 불이 난 배가 아닌 젖내 나는 목소리에 이끌렸다.
“도와주세요!”
아주 어린 아이 목소리였다.
웬 아이?
서정희의 마음 속 깊이 있던 모성애가 꿈틀거렸다. 어느 집 아이인지도 모르고 함정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뛰쳐 갔다.
모퉁이에 한 남자애가 작은 손을 꽉 붙잡고 있었다. 유심히 살펴보니 여자애가 난간 밖에 매달려 있었다.
어머!
서정희는 자신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을 향해 달려갔다.
해경은 이미 힘이 빠질 대로 빠져있었다. 더는 민경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해경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작은 손이 떨어져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오빠!”
“안, 안 돼!”
민경이 떨어지려는 찰나 갑자기 나타난 큰 손이 민경의 작은 손을 붙잡아 떨어지는 것을 막아냈다.
해경은 얼빠진 눈으로 갑자기 나타난 잠옷 바람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은 절반이나 난간 밖으로 내밀어져 있었다. 몹시 여윈 여자는 특히나 민경을 붙잡고 있는 그 손목은 뼈밖에 남지 않았다.
서정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놓치지 않았다.
고개를 축 늘어뜨린 여자 아이는 온 몸이 허공에서 흔들거렸다. 눈물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