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2장

가면의 주인은 바로 지한이었다. 지한은 실눈을 뜨고 눈앞의 늘씬한 몸매의 임성훈을 훑어보았다. 어쩐지 염태하 같기도 했다. 하지만 염태하는 눈앞의 남자보다 몸집이 훨씬 더 컸다. 지한은 평범한 얼굴의 임성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지만 자신은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를 죽이러 온 게 아닌가? “나 알아?” 그래, 이 목소리였다. 임성훈은 앞으로 성큼 걸어가 지한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말해. 네가 어떻게 여기 있어?” 지한은 임성훈의 태도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자신을 쫓는 그 무리들 중 한 사람이었다면 헛소리를 지껄일 시간에 바로 자신의 머리통을 깼을 것이다. 이 사람은 누구지? 방금 임성훈은 마침 상처가 난 곳을 차는 바람에 상처가 또다시 벌어져 지한의 옷이 붉은 피로 물들었다. 임성훈이 더 캐묻기도 전에 복도에서 선원의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적! 해적이야!” 임성훈은 어이가 없었다. 진짜 해적을 마주쳤다고? 이런 잡 것들. 곧이어 문 밖에서 선원들이 급히 서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반 화물선이라고는 해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배에 물대포와 무기를 준비해두었다. 일찍이 해적 떼를 자주 만나던 때에 다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 나름대로 살 길을 찾아두었었다. 겨우 근 몇 년 간 조용해져 살 만해졌는데 오늘 또 해적을 만나게 될 줄이야. 임성훈은 지한을 한쪽에 묶어두었다. “가만히 있어.” 말을 마친 임성훈은 바로 자리를 떴다. 지한이 어떤 목적으로 왔든 서정희를 다치게 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해적들의 위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 지한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 두 아이들 뿐이었다. 빌어먹을. 어떻게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해적이 나타나지. 그 순간 맹씨는 방에서 두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아주고 있었다. 맹씨는 두 아이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아이큐가 상당히 높고 마음도 또래 아이들보다 성숙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래 아이들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천재야! 해경이는 천재야!” 맹씨는 원래 장기 두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시간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