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1장

서정희는 임성훈이 모찌를 데려다줄 줄 알았는데, 밤이 되어서도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서정희는 그냥 놔두기로 했다. 워낙 떠나기 전에 모찌를 원희연한테 부탁하려 했다. 그녀는 떠돌이 신세다 보니 고양이를 오래 키울 수 없었다. 게다가 서정희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불행을 전염시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멀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임성결의 옆에서 얼른 멀어지고 싶은 이유도 이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불행을 그들에게 가져다주기 싫었다. 서재평, 차안심, 모찌 모두 그녀로 인해 불행을 떠안았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를 받는 것이 싫었다. 임성훈은 혼자였고, 고양이도 엄청 잘 대해줬기에 그에게 맡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머니도 집에 일이 있어서 먼저 그만두었다. 크나큰 저택에 그녀 홀로 남았다. 정원에 있는 태양광등이 자동으로 켜져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방안에는 불을 켜지 않았고, 그녀는 빛이 비추이는 곳과 빛이 없는 곳의 교차점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모찌가 어려 에너지가 넘쳐나서 매일 정원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녔었는데. 지금은 홀로 남았다. 그녀의 그림자는 빛에 의해 길게 늘어졌다. 찬 바람이 불어왔다. 서정희는 고개를 들어 나뭇가지에 설치한 등의 술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서정희는 스스로 조소하듯 웃었다. 혼자라도 나쁠 건 없지.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도 불행을 가져다주지도 않을 테니까. 그녀는 몸을 일으켜 방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은 마치 흑암에 먹히는 듯했다. 이건 그녀가 선택이고, 앞으로도 그녀가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서정희는 간단한 운동을 이미 시작했다. 운동 강도가 조금만 심해도 몸이 불편했지만, 서정희는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7일 후, 임성결과 원희연은 그녀를 배웅했다. 부두.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었다. 서정희는 이 도시가 마음에 들었다. 바다마저도 따뜻한 엄마의 품이 되어 아이를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서정희는 큰 망토로 머리부터 발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