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7장
따뜻한 햇볕이 창을 통해 들어왔다. 빛을 거슬러 서 있는 염정훈의 주변에는 광환이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날카로운 오관이 오늘따라 유난히 부드러워 보였다. 그는 서정희의 옆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공기중에는 먼지가 흩날렸다.
순간 타임머신을 탄 듯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 듯했다.
불과 몇 년밖에 안 됐는데, 두 사람은 더 이상 그때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긴 침묵이 안부를 대체했다. 염정훈은 서정희의 반응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기억이 돌아왔어?”
“그래.”
서정희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녀는 냉정하고도 확고한 말투로 말했다.
“만약 당신한테 양심이 꼬물만치라도 남아있다면 당장 날 놔줘.”
염정훈은 그저 애써 미소를 지었다. 과연 그녀는 기억을 되찾는 순간 가장 먼저 자신을 멀리하려 했다.
“정희야, 날 미워한다는 걸 알아. 그런데 지금 그 몸 상태로는 놓아줄 수가 없어. 약속할게. 병이 다 나으면 당신에게 자유를 줄 거야. 그런데 지금은 치료가 급선무야.”
서정희는 피식했다.
“내가 나으면 진짜 놓아줄 수 있어?”
그녀의 비난이 섞인 힐문에 염정훈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염정훈이 그녀를 잘 알 듯, 그녀 또한 염정훈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죽을 고비가 아니었다면 기억을 되찾아 주는 일은 없었겠지. 만약 진짜 완쾌하는 날이 온다면, 그는 자신을 더 꽉 잡고 있을 것이다.
“놓아줄 거야.”
염정훈은 그녀의 눈을 직시하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나중에 살 수만 있다면, 무조건 자유를 줄게.”
다만 바로 화두가 바뀌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당신의 몸이 너무 허약해서 집에서 요양이 필요해. 배 고프지? 효연 씨더러......”
서정희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말을 잘랐다.
“내가 당신한테 바람은 한 가지밖에 없어. 제발 나를 놔줘......”
염정훈의 발걸음은 멈칫하더니 더 빨라졌다.
문이 닫혔다. 서정희는 큰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이렇게 큰 저택은 그녀에게 있어 자유를 박탈해간 감옥과 다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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