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2장

전화정은 서럽게 흐느끼며 말했다. “여보, 나는 당신이 이미 이혼한 줄 알았어. 그래서 아들만 잘 키우고 집안 살림을 잘하면 어르신이 언젠가 저의 진심을 알아줄 거라 생각했는데... 하지만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도 우리는 아직도 남이네. 우리 그냥 가. 이곳은 우리를 반기지 않는 것 같아.” 심여정은 분명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염성진은 전화정의 꼬드김에 넘어가 심여정에게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그는 염승하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면서 한마디 툭 내뱉었다. “우리가 가긴 어딜 가? 가도 저 여자들이 나가야지!” 이 말을 하자마자 염성진은 후회했다. 심여정이 그동안 잘 지내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염성진은 그녀를 쫓아낼 의사가 없었다. 심지어 심여정만 원한다면 염씨 가문에 살면서 노후를 보내도 상관없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바람에 그는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을 했다. 상처를 주는 말은 일단 입 밖에 내는 순간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남의 가슴을 찌르게 된다. 그 칼을 다시 회수한다고 해도 어쩌면 찌를 때보다 더한 고통을 겪게 된다. 칼 때문에 다친 곳은 평생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염성진은 개의치 않았다. 타당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해도 다시 그 말을 회수할 수도 없는 일, 그저 억지로 계속 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심여정이 나가겠다고 하면 돈이나 좀 넉넉히 보상해 주면 될 게 아닌가! 한편 옆에 있던 염씨 어르신은 또 한 번 염성진 때문에 화가 치밀었다. “내가 아직 이렇게 살아 있는데 네가 뭔데 우리 가문의 일을 결정해! 여기는 원래 여정이 집이야! 자기 집에 있는 사람에게 어디를 가라는 거야?” “아버님, 진정하세요.” 심여정은 그나마 담담한 얼굴로 어르신을 진정시키며 뜨거운 물 한 잔을 떠다 줬다. 그러면서 비웃는 말투로 한마디 했다. “저 사람은 아마 내가 진작 심씨 가문과 인연을 끊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요.” 이 말에 염성진은 얼굴에 뺨을 한 대 얻어맞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