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장
염정훈의 마음속에서 서정희는 활력의 상징이었다. 생명의 위협이라는 말이 진영의 입에서 나온 순간 그는 머리가 다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진영이 빠르게 그의 곁으로 다가가 휴대폰의 혈액검사 사진을 보여주었다. 적혈구와 백혈구 수치 말고 림프 등 각종 세포의 수치도 정상치보다 조금 낮았다.
염정훈은 자신이 떠날 때 서정희가 찢어질 듯 지르던 비명이 떠올랐다.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그는 혼이 쏙 빠진 듯 뒤늦게 대답했다.
“열이 나.”
“큰일이네요. 이런 상황이라면 바로 치료해야 해요.”
“차 대기시켜.”
염정훈은 전에 몇 번 만났을 때 서정희가 꾸민다고 울 코트만 입던 과거와는 달리 번마다 두꺼운 패딩으로 꽁꽁 싸매고 다녔던 게 떠올랐다.
그러니까… 애초에 연기를 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정말로 아픈 것이었다.
염정훈은 다급하게 조금이라도 바람이 새어들어갈까 서정희를 안팎으로 세네겹 감쌌다.
서정희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가엽고도 귀여웠다.
예전에도 열이 난 적이 있었는데 왜 갑자기 생명의 위협을 느낀 걸까?
서정희를 품에 안고나서야 염정훈은 그녀가 과거보다 많이 가벼워진 것이 느껴져 손에 다시 한번 힘이 들어갔다.
염정훈은 그녀를 곧바로 개인병원으로 데려갔다. 양한서는 혈액 검사 보고서를 들고 다가왔다.
“대표님, 상황은 들었어요. 사모님께서는 현재 위중한 상태라 우선은 백혈구 수치부터 높여야해요.”
염정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안고 있었다. 서정희는 열이 끓어 올라 쉬지 않고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의식 중에 한 손은 배를 움켜 쥔 채 다른 한손은 허공을 더듬고 있었다.
“훈아, 구해줘. 우리 아이를 구해줘.”
오른손에는 아직 링겔을 맞고 있어, 주사 바늘이 빠지기라도 할까 봐 염정훈은 서둘러 그녀의 손을 잡았다.
서정희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염정훈의 손을 덥석 잡았다. 조급하던 얼굴이 그제야 천천히 풀어지며 미소를 지었다.
“아가, 엄마가 드디어 널 찾았어. 엄마가 널 지켜주지 못해서 미워하는 거 아니지? 아가, 걱정마.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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