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9장
시간은 마치 그 사람의 미모 앞에서 멈춘 것 같았다.
한 사람은 봄꽃을 연상케 했고, 한 사람은 가을의 달빛을 연상케 했다.
샴페인을 든 염성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순간 그는 꿈꾸는 것만 같았다. 그는 눈앞의 여인이 자신이 알던 심여정이 맞는지 의심이 갔다.
머릿속에는 물건을 깨뜨리고, 폐허 가운데 서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으면서 가지 말라고 하면서 전화정을 향해 욕을 퍼붓던 심여정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지금의 그녀는 고고하고 우아해서 여신 같았다. 그녀의 시선은 자신의 얼굴에서 멈추지 않았다.
마치 낯선 사이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낯설었다.
염승하는 서정희의 얼굴을 보고 넋이 나갔다. 그는 서정희의 미모를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놀랐다. 그녀의 미모는 괜히 남자의 소유욕을 건드렸다.
집안 큰 어르신이 며느리와 손주 며느리를 데리고 등장하자, 연회 현장의 모든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심여정의 상태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미친 아줌마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특히 지금은 큰 어르신 옆에 서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큰 어르신의 며느리로 자부하던 전화정은 큰 어르신의 옷자락도 만지지 못했다.
오늘 무척이나 신경을 써서 치장을 했으나, 심여정이 나타나자, 타고난 부잣집 따님의 아우라에 전화정은 순식간에 빛을 잃었다.
심여정과 함께 보니 그녀는 화려하게 장식한 크리스마스트리와도 같았다. 비싼 드레스에 몸에는 각종 장식품들을 걸어놓았다.
큰 어르신을 보자 사람들은 조용해졌다.
전화정은 심여정을 쳐다보던 염성진의 눈빛을 포착하고는 이를 부서질 듯 갈았다.
자신이 여주인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그녀는 치맛자락을 잡더니 큰 어르신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면서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우고 말을 걸었다.
“아버님, 저를 부르시면 제가 모시러 갔을 텐데, 왜 부르시지 않으셨어요?”
말하면서 그는 자연스레 휠체어 뒤로 가서 슬그머니 심여정을 밀치더니 염씨 집안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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