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4장
전화정은 이곳이 안방인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오 집사의 말을 일부러 들은 척하지 않았다.
“미안해요. 여기가 언니 방인지 몰랐어요. 그저 방향이 좋아 보여서요. 창문 앞에 바로 천아 호수가 보이고 햇빛도 잘 들어오고요. 주인 없는 방인 줄 알았어요.”
“괜찮아요, 어머니가 마음에 드는 곳으로 써요. 어차피 앞으로 어머니가 염씨 집안의 안주인이 될 거니까요. 어머니가 쓰고 싶은 곳을 쓰면 돼요. 아버지, 제 말이 맞죠?”
염승하가 눈을 똑바로 뜨고 염성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염성진은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신혼 방 그대로 꾸며져 있는 그 방을 그저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 방은 심여정이 염성진의 취향에 맞게 손수 꾸민 신혼 방이었다. 그 방을 본 염성진은 저도 모르게 옛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별장이 이렇게 크고 빈방이 많은데 왜 하필 이 방이야. 천아 호수를 보려면 바로 위층에서도 볼 수 있어. 다른 사람이 쓰고 있는 방을 우리가 차지하는 것도 불편하잖아.”
하지만 염승하는 예전처럼 순종하지 않고 오히려 매우 오만한 얼굴로 말했다.
“아버지, 이게 단지 방을 선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것은 신분의 상징이에요. 앞으로 염씨 집안의 안 주인은 어머니 한 사람뿐이에요. 그동안 어머니가 아버지와 함께하면서 한 고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세요? 할아버지가 드디어 어머니와 나의 신분을 인정했는데 그 기회마저 버리려는 거예요?”
그 말에 전화정이 울상을 하더니 그동안 염성진을 따라다니며 많이 힘든 척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울지 마, 나는 다른 뜻은 없었어. 그냥 남의 방에 사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 네가 그 방 쓰고 싶으면 써.”
옆에 서 있는 오 집사는 두 모자의 연기를 보고 황당해 눈이 뒤집힐 정도였다.
분명 그때는 아마 염정훈의 아버지가 정신이 어떻게 되었기에 이런 여자에게 속아 넘어갔을 거라 생각했다.
심여정과 마주친 염성진은 아무리 뻔뻔해도 차마 그녀 앞에서 방을 내달라는 말을 하기가 껄끄러웠다. 하지만 전화정의 말을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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