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0장

서정희의 물음에 염승하는 눈웃음을 지었다. 마치 설욕전을 치른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장군처럼 기세등등했다. “형수님, 뭐가 그리 급해요. 저와 형님은 피를 나눈 형제예요. 제가 어떻게 형을 해치겠어요. 저야말로 특별히 형을 구하러 그곳까지 갔는걸요? 하지만 형이 부상이 너무 심해서 아직도 구조 중이에요.” “정훈이가 대체 어떤 상황이야? 지금 어디에 있어?” 할아버지는 손가락으로 불교 구슬을 하나씩 돌리며 말했다. “정훈이가 너의 손에 있다며? 그럼 증거는?” 어르신의 말에 염승하는 휴대전화를 꺼내 몇 초 분량의 동영상을 재생했다. 그 영상 속에는 한 남자가 병상에 누워있었고 응급처치를 하는 듯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주변은 의사들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실루엣으로 확실히 염정훈임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어떤 상황이야?” “의사들이 응급처치를 제때 해서 고비는 넘겼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형이 얼마나 중요한 미끼인데 형이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죠.” 주도권을 손에 쥔 염승하는 아예 대놓고 염정훈을 미끼라고 불렀다. “이 영상 하나로 내가 너를 믿을 거라 생각해?” “할아버지는 당연히 저를 믿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저를 염씨 집안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으시면 이 사람도 저의 형님이 아니겠죠. 의사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나중에 제 탓이나 하지 마세요.” “이 못된 자식아.” 염승하의 멱살을 잡아당긴 할아버지의 얼굴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염승하는 오히려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건강에 안 좋아요. 저도 이러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저를 인정하지 않으시는데 어떡해요. 저는 단지 제 것을 되찾고 싶을 뿐이에요.” 오 집사와 서정희도 어르신 옆으로 다가가 그를 타일렀다. 혹시라도 자기 화를 못 이기고 쓰러지기라도 하면 큰이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일단 앉아서 숨 좀 고르세요. 이 일은 천천히 상의해도 됩니다. 정훈 씨만 살아 있으면 돼요.” “맞아요, 어르신. 이런 중요한 시기일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