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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장

서정희는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만 같은 문을 바라보며 두 눈에 빛을 잃어갔다. 몇번을 다시 하든 결과는 여전히 똑같았다. 지난 번에는 아이였고, 이번에는 그녀인걸까? 서정희는 아직도 수술이 끝나고 삼십분이 지나서야 백지연의 병실에서 뒤늦게 찾아온 염정훈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를 잃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모든 기력을 잃은 채 힘겹게 물엇었다. “왜 백지연을 구한 거야?” “넌 수영을 할 줄 알잖아.” 그 말을 듣자 서정희는 겨우 참았던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당시 임신을 하고 있었던 데다 물 아래의 그물에 발이 엉켜 있었다. 그녀는 그저 임산부였지 신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염정훈은 자신의 몸이 과거와 같아 찬물 좀 맞는다고해도 감기나 걸리고 말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항암 치료를 한 환자는 한 번의 작은 감기에도 목숨을 잃게 된다는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염정훈은 이 세상의 모든 게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고 여기고 있었고, 이번에 염정훈은 자신의 오만에 대가를 치를 때가 되었다.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서제평 말고 이 세상에 미련이 남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서정희는 자신이 마치 끝까지 버티다 결국에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죽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십자기에 묶인 죄인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문이 열렸다. 힘없이 고개를 들자 서정희의 시선이 문 옆에 서 있는 늘씬한 남자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마지막 힘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염정훈을 쳐다봤다. 서정희의 앞에 선 염정훈이 물었다. “정희야,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 잘못? 그녀에게 대체 무슨 잘못이 있을까? 그순간 서정희는 웃음이 다 나왔다. 고통에 절여진 위는 진작에 감각을 잃었고 굳어버린 손도 뻣뻣해졌고 온몸도 추위에 감각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건 다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 서정희의 입술이 죽음을 앞둔 물고기처럼 뻐끔댔다. “염정훈, 내가 잘못했어.” 어둠 속에서 염정훈의 입꼬리가 조용히 올라갔다. 염정훈은 손쉽게 서정희를 속박했던 것들을 풀어주었다.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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