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7장

심여정의 말을 들은 염성진은 화가나 기절할 뻔 했다. 예전의 심여정은 항상 조심스럽게 얘기를 했었다. 심여정의 입이 이렇게 독했는지 의심할 정도로 지금은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롭게 찔러왔다. 더욱이 염성진은 전화진의 어린 시절을 가장 마음 아파했다. 그러나 심여정이 갑자기 이렇게 낱낱이 까발리자 전화진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염성징의 손이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전화진은 울음을 터뜨렸다. 이번에는 아마도 진심으로 울음이 났을 것이다. 전화진은 누군가가 그의 과거를 꺼내는 것을 가장 꺼려했는데 심여정은 거리낌 없이 그 말을 꺼냈으니. “심여정. 네가 그러고도 어른이야? 미친 년이지. 넌 창피하지도 않아?” 염성진은 다른 욕을 하지도 못하고 하던 얘기만 반복했다. 염성진은 심여정을 미친 년이라고 자주 욕했다. 심여정이 뭐라 말하려던 순간 서정희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 “아저씨, 이미 이혼을 했든 안했든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한테도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안 되죠. 게다가 그쪽을 사랑했던 사람인데.” 심여정은 서정희가 자신 편을 들어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지 깜짝 놀랐다. 서정희는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분노의 마음이 더 컸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두 번의 만남으로 보아하니 그쪽 부인께서 어머니한테 엿처럼 달라붙던데요? 보기에는 온순해 보이지만 어머니 신경을 살살 긁으면서 어머니를 건드렸잖아요. 근데 아저씨는 다짜고짜 어머니를 욕하기나 하고 20년 전에 어떻게 어머니를 대했는지 뻔하네요.” “어머니한테 죄가 있다면 과거에 아저씨를 사랑한 죄밖에 없어요. 아저씨를 위해서 자식까지 낳아 길러준 사람한테 신경을 써주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 못된 말로 욕이나 하고. 어머니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일텐데 아저씨한테 그딴 욕이나 듣고 있어야 해요? 본인 부인은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면서 어머니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보셨어요?” 염성진은 자신의 딸 뻘 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나빠 표정이 굳어졌다. “조용히 해. 여기 어디 네가 낄 자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