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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장

심여정은 서정희가 있는 방문을 열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서정희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심여정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정말 불쌍한 아이로구나.” 염정훈은 심여정과 염성진 두 사람의 고집이 센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런 염정훈에게 사랑받는 여자는 과연 행운일까 불행일까? “싫어!” 서정희가 한마디 외치며 악몽에서 깨어났다. 고개를 든 서정희의 눈에는 염정훈이 아닌 심여정이 보였다. 진땀을 흘리고 있는 서정희는 한숨을 내쉬며 심여정을 불렀다. “어머니.” “그래, 정희야. 너를 보러 왔어. 좀 괜찮아?” “괜찮아요.” 서정희가 머리를 감싸 쥐며 대답했다. “그저 악몽을 꾼 거예요.” “무슨 꿈인데?” 그 꿈이 어떤 것인지 사실 이루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저 꿈이 너무 혼란스럽고 피비린내가 났다는 것만 기억났을 뿐 사람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서정희의 얼굴에 튄 상대방의 피는 그렇게 현실적일 수 없었다. 마치 그녀가 실제 겪은 일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실감이 있었다. 길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들의 피가 빗물과 함께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현장은 얼마나 참혹했을까?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이니 말이다. 서정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심여정의 말에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요.” 심여정은 서정희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A 시에 있을 때 고양이 한 마리를 키웠다고 들었어. 내가 사람을 시켜 데려오라고 할게. 이런 낯선 외국에서 키웠던 애완동물을 보면 기분이 좀 나아질 거야.” “고마워요, 어머니.” 심여정에 대한 호감이 한층 짙어진 서정희는 그녀가 정말 섬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한 남자를 위해 이 지경이 된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아악...” 오후 내내 아무것도 먹지 않은 서정희는 지금 위가 너무 아파 저도 모르게 손으로 배를 움켜쥐었다. “또 많이 아파?” “네, 배가 좀 고파요.” “알았어, 내가 바로 사람을 시켜 음식 좀 준비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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