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5장

서정희의 말에 한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여정 아줌마, 정희 씨 좀 보세요. 이 여자 너무 교양이 없는 거 아니에요? 좋은 뜻에서 한 마디 충고한 것뿐인데...” 옆에서 앉아 줄곧 구경만 하고 있던 심여정은 한진이 오히려 자기를 보고 하소연을 할 줄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좋은 뜻이라고?” 심여정은 콧방귀를 뀌더니 손에 든 젓가락을 내려놓고 우아하게 입을 닦으며 말했다. “글쎄? 나는 네가 좋은 뜻에서 한 말인지 모르겠는데? 입만 열면 집안 교육이 어떻고 하면서 남의 집안 가정교육이나 얘기하고.” 한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심여정을 바라봤다. 자기가 오랫동안 심여정의 옆에 있었음에도 그녀가 서정희의 편을 들 줄 몰랐기 때문이다. “여정 아줌마, 저야 아줌마를 위해서 정희 씨에게 충고하는 거죠.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도 않고 해가 중천에 뜬 후에야 일어나면 어떡해요. 시어머니가 아예 안중에 없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 말에 심여정이 한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정희가 나를 안중에 안 두면 누가 나를 안중에 두는데?” 심여정의 말에 한진은 얼굴을 붉히며 다급히 해명했다. “여정 아줌마, 제가 정훈 오빠에게 어떤 마음인지...” 이때 심여정의 ‘피식’하는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빨간색 매니큐어를 칠한 손으로 한진의 턱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그럼 내가 평생 가장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심여정의 눈과 마주친 한진은 그녀의 눈빛에서 불타오르는 살기를 느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진 한진은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었다. “저는 그저...” 심여정은 차가운 얼굴로 한마디 내뱉었다. “내가 제일 증오하는 인간이 자기가 내연녀인 것을 알면서도 그 짓을 계속하는 년들이야.” 순간 한진은 온몸에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가슴을 겨우 쓸어내린 한진은 그제야 심여정의 처지가 생각났다. 그렇다면... 한진은 그녀의 눈엣가시가 아닌가? “여정 아줌마,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거 아줌마도 잘 알잖아요. 저와 정훈 오빠는 어렸을 때부터 친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