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장
염정훈은 천천히 서정희의 몸을 놓아주었다.
“정희야, 오늘의 벌을 잘 기억해.>”
“염정훈, 제발 원하는 게 있으면 있으면 나한테 풀어. 절대로 성결 선배 집안에 손대지 마.”
“염정훈, 이거 놔. 날 혼자 두지 마, 무서워!”
“염정훈, 이거 꺼. 추워, 나 지금 아프면 안 돼…”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염정훈의 차가운 뒷모습과 문이 닫히는 소리 뿐이었다.
“날 버려두지 마.”
“내가 잘못했어, 어떻게 괴롭히든 다 괜찬으니까 제발 혼자 여기에 버려두지 마.”
“염정훈, 추워. 나 내보내줘, 말 잘 들을 테니까…”
“불 끄지마, 무서워…”
거의 애걸에 가까운 목소리에 염정훈은 순간이나마 마음이 약해지긴 했지만 그런 마음은 이내 사라졌다.
그는 느긋하게 옷을 갈아입고 우아한 걸음으로 내려왔다.
로비에서 사방을 둘러 본 백지연은 그의 곁에서 서정희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한시름을 놓았다.
“정훈아, 어디 갔었어? 한참 찾았는데.”
“화장실 다녀왔는데, 왜?”
염정훈의 담담한 표정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백지연은 그의 손을 잡아당겼지만 염정훈은 조용히 그 손을 뺐다.
“오늘 밤에 다른 약속이 있어, 끝나면 기사에게 바래다주라고 할게.”
“응, 그럼 술 적당히 먹고 일찍 들어가.”
백지연은 불만을 거둔 채 조용히 대답했다.
그날 법원 앞에서 그는 결혼에 동의하지 않았었다. 그 증명서 한 장을 위해 그녀는 계속해서 착하고 선량한 애인인 척 해야 했다.
“그래.”
염정훈은 성큼성큼 빠르게 사라지자, 백지연은 이내 미소를 거두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미 옷을 갈아입다니.
좀 있을 접대때문인 걸까 아니면 서정희 때문일까?
“거 좀 비키시지!”
하이힐을 신고 뒤에서 튀어나온 전아영은 대체 뭘 먹고 자란 건지 그대로 백지연을 튕겨버렸다.
“전아영!”
전아영의 호쾌한 걸음걸이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미안, 앞에 사람이 있는 걸 못 봐서.”
“…”
이건 지금 자신을 짐승이라고 돌려 까는 건가?
백지연은 몇 마디 더 하려고 했지만 쫓아나온 친구들이 그녀를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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