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1장

분명 모르는 아이였지만 아이의 울음소리에 서정희는 마치 심장이 쥐어뜯기는 것 같았다. 서정희는 말없이 키 큰 남자 옆으로 다가가 한마디 물었다. “도와드릴까요?” 이 말에 착각 때문인지는 잘 몰랐으나 서정희는 남자의 온몸이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남자가 등을 돌리고 있는 데다가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 서정희도 남자의 표정을 똑똑히 볼 수 없었다. 서정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보탰다. “선생님,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단지 두 아이를 혼자 데리고 다니는 것이 불편할 것 같아서...” 남자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모차 안의 아이는 점점 더 슬프게 울고 있었다. 서정희는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하얀색 유모차 안에서 분홍색 점프슈트를 입고 있는 어린 여아는 얼굴을 완전히 찡그린 채 울고 있었고 작고 하얀 얼굴에 억울함이 가득해 보였다. 서정희가 유모차에서 있는 아이를 안아 들었지만 남자는 그녀를 막지 않았다. “아가야. 배가 고픈 거야? 착하지? 울지 마.” 서정희의 목소리는 마치 큰 마력이 있는 듯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소란스럽게 울던 아이는 순식간에 얌전해졌다. 아마도 너무 오래 운 탓인지 아이는 그녀의 품에 안겨 끊임없이 흐느꼈다. 서정희는 그제야 아이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눈은 마치 검은 포도처럼 크고 동그랬다. 길고 풍성한 긴 속눈썹에 눈물 몇 방울이 맺혀 반짝이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마치 천사처럼 정말 예쁘게 생겼다. 하지만 서정희는 이 아이가 왠지 낯이 익다고 느껴졌다. 아이도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고 왼쪽 빵빵한 볼에는 작은 보조개까지 생겨 젖먹이 얼굴에 유난히 더 뚜렷하게 보였다. 갑자기 정신이 든 서정희는 다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조금 전에는 저도 너무 급해서 저도 모르게 아이를 안았어요. 그래도 이제 울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옆에 있던 남자는 그녀를 한참 쳐다보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나... 몰라요?” 톤이 낮은 남자의 중저음 목소리는 살짝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