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장

백지연은 염정훈의 차가운 옆모습을 쳐다봤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서정희와의 관계를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두 사람은 이혼까지 했는데, 임성결이 대신 술을 마셔주려 한다는 것만으로도 염정훈은 참지 못하는 걸까? 백지연은 이 모든 것의 화근인 서정희를 사납게 노려봤다. 보아하니 이혼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한 듯했다. 서정희는 여전히 염정훈 마음에 있는 여자였다. 임성결의 처지는 몹시 난처해졌다. 자리에 있는 모두가 입을 꾹 다문 채 감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도 이런 때에 염정훈을 건드리지 못했다. 염정훈의 뜻을 임성결은 이해했다. 그는 자신에게 적당히 물러서 완전히 서정희를 포기하라고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염정훈의 이런 위협을 받으면 포기할지도 모르겠지만 임성결은 머릿속에 온통 서정희의 환한 미소뿐이었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일찍이 서정희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는 서정희를 단단히 사랑하게 되었다. 그때의 그녀는 그토록 찬란하고 아름다웠고 생기와 활력이 가득했었다. 다만 아쉽게도 졸업하느라 바삐 돌아치고 해외에 연수까지 간 터라 그 감정은 마음에 담아두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그가 돌아왔을 때 서정희는 이미 휴학을 하고 결혼을 한 데다 다시 만났을 땐 당시의 생기는 이미 온데간데없어졌다. 마치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가는 나무처럼 양분이 죄다 빨려 점차 죽음으로 향하고 있었다. 서정희가 이혼하기까지 겨우 기다린 임성결은 함께 할 시간이 짧다고 해도 기꺼웠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시키는 대로 하고 정해진대로 걸어왔던 남자는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위해 용기를 내고 직진했다. 염정훈의 위협은 무시한 임성결의 검은 두 눈동자는 맑고도 결연했다.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염 대표님이 결정할 일은 아닌듯한데요. 약혼녀도 옆에 있는데, 백지연 씨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정희가 저를 받아주든 말든 전 정희를 잘 지킬 생각이에요. 절대로 전남편처럼 다치게 하지 않을 겁니다.” 말을 마친 임성결은 서정희가 남긴 술을 전부 들이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