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5장
진상정은 머리를 쥐어짜도 이해가 안 갔다. 멀쩡한 나무가 어떻게 거슬린다는 거지?
염정훈이 눈이 어두운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따질 사람도 아니었다.
어린 아이도 한 나무랑 이렇게 고집스럽게 굴지 않을 건데 어른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지금 행동은 염정훈의 캐릭터와 맞지 않았다.
사람한테나 싹을 자른다는 말을 들어봤지, 나무 싹을 자른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진영이 진상정을 한쪽으로 끌어당겨 속삭였다. “뭐 하라고 하면 그냥 해. 대표님 기분 안 좋은 거 안 보여? 다른 사람들은 다 피하기 바빠하는데 넌 왜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사모님도 대표님 곁에 돌아왔으니 기뻐해도 모자랄 판에 뭐 하러 한밤중에 나무 한 그루를 괴롭혀?”
“말 그만 하고 일 좀 해.”
“그래. 그럼 시작해보지. 이 나무가 소문처럼 신기한지 봐야겠어.”
진상정이 삽을 메고 포크레인을 지휘했다. “자자, 좀 더 가까이.”
나무에 가까워지자 포크레인이 멈췄고 아무리 해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이상한데? 새 포크레인이라서 전에는 잘만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고장이 나지?”
“설마 진짜 신이 있어?”
놀라서 안색이 변한 진상정이 급히 보고하려 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염정훈이 체인톱을 들고 가로등 아래에 서 있었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진상정은 한밤중에 쏘우를 찍는 거냐며 놀라서 몸을 떨었다.
“대표님, 진심이세요?”
염정훈은 침착한 얼굴로 체인톱을 들고 나무에 한발 한발 다가갔다.
그는 진상정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커다란 나무를 바라보았다. “내가 말했지. 신이 있다면 신이 해야 할 일을 해. 나랑 정희를 보살펴주려 하지 않는다면 널 남겨둬서 뭐해?”
뒤에 있던 진상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표님, 나무랑 대화하시는 거예요?”
염정훈이 체인톱을 키자 귀가 째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내 인연을 끊어낸다면 난 네 뿌리를 뽑겠어.”
이것이 바로 염정훈이 뱉은 말이었다.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눈이 점점 더 크게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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