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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장

서정희는 염정훈의 물음에 마음이 덜컹해서 고개를 돌려 염정훈을 보면서 말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염정훈은 여전히 먼 곳을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을 거니까. 나중에 내가 사고라도 생기면......” “어디에 그렇게 많은 사고가 있어. 그런 말 하지 마.” 서정희는 순간 가슴이 갑갑해졌다. 사고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손을 복부에 얹게 되었다. 그 후로 차로 움직이는 내내 두 사람은 대화를 하지 않았다. 염정훈은 근처 상권에서 주차를 하고, 두 사람은 연인처럼 쇼핑하고, 밥 먹고, 영화를 봤다. 예전에 서정희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들이었다. 설령 지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여전히 원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밤하늘에 갑자기 눈꽃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염정훈은 한 손으로 물건을 들고 한 손으로 서정희 손을 잡고 백화점에서 나왔다. 영화까지 보자 밤 9시가 넘었다. 게다가 날씨도 추워서 밖에는 사람이 적었다. 눈꽃이 흩날리는 데다가 주변 나무들에 반짝이는 장식품들을 걸쳐 놓아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추워?” 염정훈이 물었다. “괜찮아. 어차피 몇 걸음 더 걸으면 차에 도착하잖아.” 염정훈은 서정희의 입김을 보더니 자신의 외투를 벗어서 걸쳐주었다. “가자.” “그럼 당신은......” “난 안 추워.” 염정훈은 서정희의 손을 더 꼭 잡았다. 서정희는 이 남자가 자신을 놓칠까 봐 두려워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큰 손이 자신의 손을 감싸는 느낌이 좋았다.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린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때 그녀가 갑자기 가던 걸음을 멈췄다. 염정훈은 부드럽게 물었다. “왜?” “앞에 나무를 봐.” 크리스마스가 곧 다가와서 백화점에서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인연 나무라는 컨셉으로 나무를 장식했다. 100년이 넘는 나무에 빨간 리본들이 걸려 있었다. 소비금액이 888888이상이면 그 영수증으로 인연 리본을 하나 타갈 수 있다고 했다. 분명 마케팅 수단인 걸 알면서도 여전히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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