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5장
염정훈은 가죽 소파에 기댄 채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고 있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 묻어 있었고 눈을 질끈 감은 것으로 봐서는 잠들어 있는 듯했다.
염정훈을 힐끗 본 서정희는 그를 깨우지 않고 조용히 맞은편에 앉아 프로그래밍 책을 집어 들었다.
창밖에서 서늘한 바람이 안으로 불어와 염정훈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염정훈은 그제야 유유히 눈을 뜨며 깨어났다.
바깥의 스산한 날씨를 보니 곧 눈이 올 것 같았다.
불이 환히 켜진 방안은 바깥의 새까만 하늘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었다.
테이블 위에는 오늘 아침에 갓 공수해 온 꽃들이 우아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공기 중에는 꽃들의 은은한 향기가 맴돌고 있었다.
이 아파트는 서정희에게 가장 집 같은 느낌을 줬다.
하지만 아무리 따뜻하게 꾸민다고 해도 염정훈과 서정희의 사이는 바뀌지 않았다.
예전에는 바깥에서 추위를 느꼈다면 지금은 그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었다.
예전의 서정희는 만약 염정훈이 자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담요를 갖고 와 그에게 덮어줬을 것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무관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서정희는 그가 자든 말든 상관없이 맞은편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녀는 염정훈이 깬 것을 보고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깼어? 단서를 찾았다는 말을 들었어. 뭔데?”
깔끔한 한마디의 말에는 그 어떤 완곡한 표현도, 반전도 없었다.
서정희의 마음속에 염정훈은 그저 호구에 불과한 것 같았고 서정희도 그것을 전혀 감추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이것은 염정훈이 그녀에게 빚진 것이니 그녀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응, 최근에 사람 시켜서 조화로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게 했는데 전국에 조화로라는 거리가 총 52개가 있어. 그중 30여 개는 시정, 개명, 또는 토지 수용으로 바뀌었고. 좀 더 시간을 들여 다시 조사해보니 할머니가 말한 조화로는 지금의 해선시라는 것을 확인했어. 물론 이건 좋은 소식이긴 한데 나쁜 소식도 있어. 지금의 해선시는 지리적 위치가 매우 특수하다는 거야. 예전부터 이곳은 전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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