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2장

서정희는 멍한 표정으로 할머니를 바라봤다. 나이가 많이 든 탓에 할머니의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고 눈동자도 많이 혼탁해 보였다. 그러나 할머니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주름진 입을 연신 달싹였다. “할머니, 저에게 하는 말입니까?” “네, 바로 당신이에요. 바로 당신!” 할머니는 감격에 겨워 서정희의 손을 덥석 잡았다. 딱딱한 마른 나무껍질 같은 할머니의 손이 서정희의 손을 어루만질 때마다 살짝 따가운 느낌도 났다. 할머니는 분명 서정희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지만 그녀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서정희는 할머니가 자기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자기보다 나이도 더 많았고 두 사람은 예전에 만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 정도로 감격해 하는 걸까? “할머니, 혹시 사람을 잘못 보신 게 아닐까요?” “제가 어떻게 잘못 볼 수 있겠어요. 아가씨, 이생에 다시 만나뵙게 될 줄 몰랐어요. 아가씨는 여전히 그때와 똑같이 변한 게 없네요.” 할머니는 서정희를 이리저리 훑어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니, 그때보다 더 마른 것 같아요, 얼굴도 약간 달라진 것 같고.” 그러자 옆에 있던 조민하가 얼른 한마디 했다. “할머니, 사람을 잘못 보셨어요. 정희 양은 한 번도 이 마을에 온 적이 없어요. 처음이에요.” “정희?” 할머니는 서정희를 에워싸고 한 바퀴 돌더니 이따금 손을 뻗어 허공에 손짓하며 말했다. “좀 이상하긴 해요. 아가씨보다 키도 크고 말랐어요. 전반적인 느낌도 좀 다르긴 하지만 이 얼굴은 진짜 아가씨와 똑같아요.” 그 말에 서정희와 염정훈의 눈이 마주쳤다. 설마 이 할머니가 서정희의 가족을 아는 걸까? “할머니, 앉아서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제가 누구와 닮았나요?” “태희 아가씨요.” 태희? 서정희는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어쩌면 태어난 가정을 알고 있는 유일한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서정희는 얼른 다급히 물었다. “태희 아가씨가 누구예요? 어디에 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