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1장
새까만 밤하늘에서 가랑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찬바람에 촛불이 흔들렸고 종이돈은 바람에 심하게 펄럭이고 있었다.
서정희는 얼굴에 묻은 빗물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안심 언니, 언니가 온 거야?”
그때 마침 빗물 두 방울이 사진 속 차안심의 눈가에 떨어졌다. 꼭 마치 사진 속의 사람이 웃으며 눈물을 머금고 있는 것 같아 한없이 씁쓸해 보였다.
서정희는 묘비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안심 언니, 걱정하지 마. 내가 언니 가족들 잘 돌볼 테니까 앞으로 언니 가족이 내 가족이니까 안심하고 떠나. 다음 생에... 다음 생에는 꼭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장례식이 끝난 후, 온 마을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서정희는 바로 이곳을 떠나지 않고 차안심의 본가로 향했다.
차안심의 가족들은 큰 도시로 이사한 지 오래돼 해마다 설 차례 등 중요한 날을 제외하고는 방이 거의 비어 있었다.
허름해 보이는 집 마당에는 사과나무와 포도 덩굴이 빗속에 덩그러니 있었다.
포도나무 아래에 선 서정희는 더운 여름 저녁 과일을 먹는 소녀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했다. 소녀는 무더운 여름밤, 부채를 흔들며 할머니가 들려주는 견우와 직녀의 동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누나가 이 포도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못 먹겠네요...”
서정희의 옆에 선 차진호는 차안심의 옛날얘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서정희는 그런 차진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말할 때면 가끔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했다.
“안심 언니가 장난이 심하네요.”
“맞아요. 여기에서도 우리 누나가 제일 장난이 심했지만 성적도 제일 좋았어요. 그래서 우리 가족들도 시내로 이사를 할 수 있었고요. 엄마, 아빠가 힘들게 일하시면서 저희 남매 뒷바라지를 해 주셨거든요. 이제 진짜 행복한 날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붉어진 차진호의 눈시울과 눈이 마주친 서정희는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울지 말아요. 앞으로는 내가 진호 씨의 누나예요.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해서 누나에게 보여줘요.”
“네.”
서정희는 차안심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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