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1장

순간 서정희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동안 배 속의 아이는 그녀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마지막 지푸라기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기를 간절히 기대했던 만큼 지금 이 순간 슬픔이 한없이 몰려왔고 눈물과 피가 함께 흘러내리고 있었다. 서정희는 침대에 쭈그리고 앉아 자기 머리를 움켜쥐며 말했다. “정훈 씨, 나를 구해주지 말지 그랬어.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그녀는 자기 삶의 의미가 도저히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자기의 존재가 주변 사람들에게 불행만 가져다주는 불길한 징크스 같았다. 염정훈은 서정희를 다시 한번 꼭 껴안으며 말했다. “내가 왜 너를 구한 줄 알아? 지금 그 이유를 알려줄게.” 말을 마친 염정훈은 무릎을 굽히고 쭈그리고 앉아 서정희에게 구두와 양말을 신겨주었다. 그러고는 몸을 숙여 그녀를 안아 세우고는 손을 이끌고 걸어 나갔다. “어디로 가는 건데?” “곧 알게 될 거야.” 염정훈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한 병실을 찾아갔다. 3인실인 이 병실 안의 환자들은 모두 붕대를 감고 있거나 깁스를 하고 있었다. 그중에 있는 명훈은 화장실에 가고 싶은 듯했다. 하지만 다리에 총을 맞아 지팡이를 짚고 한쪽 다리로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명훈은 입구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는 공손히 인사했다. “염 대표님, 사모님. 안녕하십니까?” 명훈의 모습을 본 서정희는 잠긴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했다. “다리가...” 명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두 번 다시 눈을 뜰 수 없는 사람에 비하면 적어도 그는 아직 살아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는 것이었다. “푹 쉬세요.” 염정훈은 서정희의 어깨를 계속 꼭 끌어안고 다른 병실로 향했다. 그렇게 한 바퀴 돌며 모두를 살핀 후 두 사람은 중환자실 앞에 도착했다. 서정희는 유리창을 통해 각종 의료 장치를 몸에 가득 꽂은 명기준을 보았다. “사흘이 지났지만 아직도 위험한 고비를 벗어나지 못했어. 어쩌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고... 깨어난다고 해도 오랜 시간을 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