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3장

누군가가 쫓아왔다. 비록 방수복에 수경을 쓰고 있어 턱밖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녀는 단박에 그 사람이 전의현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지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남자는 총을 들어 올리더니 서정희를 겨냥했다. 쓸데없는 말은 조금도 없이, 조금의 예고도 없었다. 그는 서정희를 노리고 온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전의현의 몸에는 그녀가 알던 느낌이 조금도 없었다. 그는 마치 지옥에서 기어 나온 사신 같았다. 온몸은 비에 흠뻑 젖어 있었고 빗물은 그의 미끈한 옷 표현을 타고 흘러 복도의 울 카펫을 적시고 있었다. 방아쇠를 당긴 순간, 차안심은 거의 본능적으로 서정희의 앞을 가로막았다. 총알이 살을 파고들며 서정희의 귓가에 꾹 삼킨 신음이 들려왔다. 서정희의 눈에 차안심의 몸에서 튀어나온 핏방울이 보였다. 다음 순간,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몸이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졌다. “차안심!” 그리고 그녀를 향해 총을 쏜 남자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한 발짝, 한 발짝씩 서정희를 향해 다가왔다. 마치 방금 쏜 것이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 강아지 같은 태도였다. 총에 맞은 건 무려 차안심이었다! 그를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하고, 온 마음 가득 그를 담고 있었던 차안심이었다! 붉은 피가 그녀의 잠옷을 잔뜩 물들였다. 흰 카펫이 크게 물들었다. 차안심은 힘겹게 입을 열려고 했지만 장기가 망가지며 역류하는 피가 목구멍을 타고 왈칵 토해졌다. 그녀는 힘겹게 손을 뻗으며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남자를 바라보며 믿고 싶지 않다는 듯 물었다. “왜, 왜….” 그러나 그 남자는 차안심과 한마디 하는 것도 귀찮다는 듯 온통 집중력을 서정희에게로 쏟았다. 서정희는 쭈그려 앉아 힘겹게 한 손으로 차안심을 안았다. 손가락도 피에 범벅이 되었다. “차안심, 걱정 마. 여기 의사 있어. 치명상이 아니니까 죽지 않을 거야.” “정희야, 얼른, 도망가!” 전의현이 다시 한번 총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서정희의 머리를 정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