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1장

헬기가 넓은 공간에 세워지고 서정희가 문을 나서는 순간 뜨거운 파도가 사면팔방에서 불어왔다. 염정훈은 조심스레 부추기며 말했다. "밖에 더우니 안에서 기다려." "싫어요." 서정희는 기어코 내려왔고 서시우도 사람을 많이 모으고 마음의 공포를 참으며 입을 열었다. "정희 씨, 당신이 봤다는 곳이 어디예요?" 서정희는 자신이 바다에 떨어졌던 기억을 더듬으며 배 한 척을 가리켰다. "바로 저기예요. 그때는 시체가 있었는데 지금은 반년이나 지나서 잘 모르겠어요..."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시우는 그 배로 달려갔다. 양백호의 권고하는 소리도 들렸다. "선생님, 천천히 가세요. 몸 챙기셔야죠." 하지만 지금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찾은 동생인데 드디어 만날 수가 있게 되었는데 시체를 보게 되다니. 늘 차분했던 서시우는 다리가 떨리고 심장이 막 뛰었다. 그럼에도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바람소 리를 들으며 높은 배에 기어올랐다. 경호원들이 먼저 손정등을 키고 배에 들어갔다.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약한 냄새가 풍겨왔다. 나무가 수년간 물에 불려 곰팡이가 난 냄새와 고기가 부식된 냄새까지 났다. 양백호가 서시우에게 말했다. "선생님, 안에 냄새가 고약하니 밖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서시우는 그 말을 무시하고 손전등을 들고 걸음을 재촉했다. 심장은 터질 듯 뛰고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정적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찾았어요. 여기에 있어요."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뻔한 서시우를 눈치 빠른 양백호가 부축하며 말했다. "선생님, 긴장하지 마세요. 시체가 있다고 해도 아가씨가 아닐 수 있잖아요. 아가씨가 목거리를 잊어버렸는데 귀걸이와 반지도 다른 사람이 사 갔을 수 있잖아요." 서시우는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러 개의 손전등으로 비추니 드디어 그 시체가 보였다. 반년간 자연의 부식으로 인해 시체는 뼈만 남았고 땅에는 옷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불빛으로 인해 다이아몬드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서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