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장
하지만 턱 끝까지 차오른 말들 중 뱉어지는 건 한 마디뿐이었다.
“가지.”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지나간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고 그렇게 순조롭게 이혼을 마쳤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정희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혼 절차를 마친 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등을 돌리는 서정희에 염정훈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지낼 생각이야?”
서정희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염정훈 씨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그녀의 어깨로 떨어졌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어 털어주려던 그의 손가락이 그대로 허공에 멈췄다.
그에게 그녀를 만질 자격이 있을까?
서정희를 보내준 건 이 일에서 완전한 마침표를 찍고 싶어서였다.
저 찬란한 햇살을 보자 염정훈은 두 사람이 결혼 서류를 내러 왔을 때에도 이렇게 좋은 날씨였던 것이 떠올랐다. 그녀는 흰 치마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앞으로 이곳에 다시는 안 왔으면 좋겠다.”
“평생 올 일 없어.”
“그럼 네가 날 배신하면 어떡해?”
“그럼 날 죽여. 죽은 사람은 배신하지 않아.”
그때 자신의 진지한 표정에 서정희는 깜짝 놀라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하기까지 이제 고작 3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서정희는 자신에게 닿는 염정훈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천천히 눈밭 위를 걸었다.
그녀는 한 번, 또 한 번 스스로에게 떠날 때 비참해 보이지 말자고 다짐했다.
오늘이 어쩌면 영원한 이별이 되어 앞으로는 저 남자와 완전히 관계가 끊긴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저도 모르게 시큰해졌다.
막 몇 걸음 나아가는데 등 뒤에서 백지연의 흥분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훈아, 드디어 바라는 대로 됐네.”
바라는 대로?
서정희는 코웃음을 쳤다. 하긴, 자신이 일 년 내내 붙잡고 있지 않았다면 아이를 잃은 지 7일이 되었을 때 그들은 이혼을 했다.
염정훈이 대답이 없자 백지연이 계속 말했다.
“재료는 내가 다 준비했어. 지금 바로 들어가서 결혼 절차 밟자.”
서정희는 염정훈의 대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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